• 외교부, 중국 원유유출 사건에 왜 침묵하나? 
      
     중국은 해병의 민항기 오인 사격 때도 외교부 대변인이 시비 걸어,
    그보다 훨씬 중한 원유유출 사건에 침묵하는 건 사대주의
    강철군화(조갑제닷컴 회원)  
     
    중국 보하이(발해)만 해상유전의 석유유출 사고가 심각하다. 중국 정부는 7월13일 해당 유전에서의 석유생산 중단을 명령했지만, 이미 서울시의 7배에 달하는 4240㎢ 면적의 해역이 오염된 뒤였다.

     문제는 중국이 사태 발생 이후 계속해서 진상을 축소 은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중국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렇다 할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중국의 사려 깊은’ 태도 희망 우리 외교통상부가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한 것은 지난 7월12일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과 7월13일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부본부장 격)의 정례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이 전부다. 그나마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나온 발언이었다.

     7월12일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보하이만 원유 유출 사건에 대해 “이미 중국 측에서 7월 5일에 관련사항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전, 이후에 우리 쪽에서 사고의 전반적인 내용, 그리고 유출된 원유의 양 등에 대한 보다 좀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해 두고 있는 상태다”라면서 “우리들로서는 이러한 주변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런 일이 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또 가능하고 충분한 정보를 즉시에 제공해주는 것이 사려가 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중국에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것으로 할 일은 다한 것이고, 나머지는 중국측의 ‘사려 깊은’ 배려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투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행태는 ‘사려 깊은’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스 등 문제에 닥쳤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7월13일 통상교섭조정관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이 정보를 빨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데에 대해서 우리가 항의를 하려고 검토했으나 포기했다’는 내용의 국내 언론보도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이것(국내 언론보도)은 사실과 조금 다른 것 같고,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중국 측에 국제법에 근거해 항의를 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rthwest Pacific Action Plan: NOWPAP)’을 통해 우리가 보하이만 기름 유출 건에 대한 자료를 계속 요청해 왔다”면서 “중국측 보도로 촉발되어서 우리 현지 대사관에서도 중국측에 자료를 요청해왔고, 중국측이 7월 5일에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NOWPAP 산하 우리 국내기관인 지역방제활동센터에 사고경위에 대한 보도자료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연안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우리가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측에 정확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아침에 보도된 것처럼 우리 정부에서 ‘따지지도 못하고 포기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는 말씀을 우선 드린다”고 주장했다.

     통상교섭조정관의 발언은 외교통상부가 중국에 대해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는 데 대한 변명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 우리 해병의 민항기 오인 사격 때 ‘관심 표명’

     우리 정부의 이런 몸 사리는 듯한 태도는 사실 오랜 병통이다. ‘중국 앞에만 서면 난 왜 작아지는가’ 증후군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당시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한국을 훈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던 일은 일단 제쳐놓자.

     하지만 지난달 17일, 우리 해병대원들이 민항기를 향해 대공사격을 했을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란 자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 도중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한국측이 효과 있는 조처를 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한국 영공을 지나는 민항기와 승객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외교경로를 통해 관심을 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연일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 때리기’를 했었다.

     솔직히 훙레이 대변인의 발언은 주제넘은 것이었다.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해서는 찍소리 않던 자들이 우리 해병대원의 오인사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고약하다.

    또 우리 해병의 오인사격은 정상적인 경계근무 중 발생한 일로, 어떤 피해도 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 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 해병대원들의 대공사격이 무슨 큰 문제이기나 한 것처럼 외교부 대변인이란 자가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

     중국 앞에 좀더 당당해야

     보하이만 원유 유출 사건은 우리 해병대원의 대공 오인사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사건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이나 통상교섭조정관의 논평이란 것도, 훙레이의 해병 대공사격 관련 논평보다도 훨씬 강도가 약하다.

     우리 정부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거나, 심지어 단속하는 우리 해경을 살상해도 변변한 항의조차 못해 왔다.

     혹시 정부는 그게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내 눈에 그건 국익을 고려한 자제가 아니라 사대주의로 밖에 안 보인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베트남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발생하자 어떻게 하는지를 보지 않았던가? 동원태세를 점검하면서 “육로로 베이징을 공격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의 잘못에 대해, 중국의 오만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중국에 얕잡아 보이면, 우리 후손들은 중국 앞에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중국에 대해 최소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중국측이 효과 있는 조처를 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오염된 황해바다의 복원과 해상오염 방지를 철저히 보장해 주길 바란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