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한국인들이 함께 지지해준다면 우리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한국에 사는 방글라데시 소수 민족 인 '줌머족' 모임인 재한줌머인연대(JPNKㆍJumma People's Network-Korea) 소속 2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토지 강탈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선 이들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군대와 벵갈리족 이주민들을 동원해 줌머족의 토지를 약탈하고 폭력과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재한줌머인연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 산악지대에 사는 줌머족은 지난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함께 투쟁했지만 정부는 독립 후 이들의 자치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김포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재한줌머인연대는 2002년 결성 후 자신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과 부족 전통축제 등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결성할 때는 회원이 10명 남짓했지만 망명자들이 모이면서 지금은 60여명으로 늘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로넬 차크마 나니(43)씨는 "이달 17일에도 토지를 강탈할 목적으로 뱅갈리족 정착민들이 줌머인들의 마을을 습격하고 집단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현 정부는 평화 협상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내 미얀마(버마)인들도 자국 내 민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수년째 열고 있다.

    국내 미얀마 민주화운동 단체인 `민족민주동맹(NLD)'의 기자회견이 같은 날 한남동 주한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집회는 2008년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해 3월부터 한달에 2번 꼴로 다시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만난 조모아 민족민주동맹 전 사무처장은 "민간 정부가 세워졌다고 하지만 껍데기만 바뀌고 군부와 내용은 똑같다"며 "아웅산 수치 여사가 여전히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고 자유와 평등이 무시되고 있다. 국민이 뽑아 세운 진정한 정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줌머족과 미얀마인 등 제3세계 이주민들이 이처럼 용산 지역에서 잇따라 자국 상황과 관련된 집회나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곳이 주한 외국대사관 밀집지역이자 자국과 대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 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나니 씨는 "한국처럼 민주화돼 있는 국가에서 활동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필요해 한국에서의 활동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아직도 소수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얀마인의 활동을 돕는 인권연대 이운희 간사는 "우리나라가 80년대 이전 정치적으로 어려웠을 때 다른 나라가 관심을 보여줘 도움이 됐다"며 "미얀마 소수민족 문제 등에 대해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