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심의위, 차병원 계획안 27일 최종 결정
  • 차병원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냉동배아가 아닌 신선배아를 이용해 맞춤형 줄기세포주를 수립하는 연구를 승인 신청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허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선배아는 생식 목적으로 정자와 난자를 수정한 후 자궁에 이식하기 전 단계의 배아.

    윤리학자들은 이 단계를 생명현상의 시작으로 보고 현행법에서도 신선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주 수립 연구는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냉동잔여배아(5년 냉동보존 기간이 지난 폐기 대상)가 아닌 신선배아의 할구를 증식해 만든 배아세포를 줄기세포 수립에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18일 보건복지부와 차병원 등에 따르면 차병원은 최근 '체외증식된 단일 할구 유래배아세포를 이용한 착상전 염색체 검사법의 개발' 연구 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이 연구는 수정 후 이틀이 지나 4개의 할구로 나뉘는 4세포기 이상의 인간 배아에서 1개의 할구를 떼어내 다수의 배아세포를 증식하고, 이를 태아의 착상 전 유전자 검사에 활용하는 동시에 남은 배아세포로 배아줄기세포주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태아의 착상 전 유전적 결함 여부와 성별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배아줄기세포도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진은 할구를 증식해 얻은 배아세포는 신선할구로 볼 수 없는 만큼 냉동배아가 아닌 신선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주 수립 연구를 금지하는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미수정란이나 잉여 수정배아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미수정란과 잉여 수정배아가 반드시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생명체로 볼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하는 것으로 생명윤리법에 저촉되는 것은 물론 종교계 등의 반대도 거셌다.

    이 연구를 주도하는 차병원의 이동율 책임연구원은 "신선배아에서 빼낸 할구로 만든 유래배아세포 중 유전자 검사에 사용되고 남은 것은 폐기대상인 만큼 신선배아가 아닌 잔여배아로 간주해 연구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배아세포 역시 임신이 가능한 인간 배아에서 빼낸 것인 만큼 줄기세포주 수립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이런 팽팽한 논박 속에 질병관리본부 배아연구 계획 심의자문단은 자체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배아연구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최종 결정을 넘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배아연구 전문위원회 심의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최종 승인 여부는 27일 열리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이미 잔여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이 분야 연구 성과를 확보한 만큼 당국의 승인이 내려지면 우리 기술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미국의 줄기세포 전문기업 ACT사가 공동 신청한 `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세포치료제' 임상시험 및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 등에 대한 승인 여부도 함께 논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