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가구 수신 전환해야…1만1천가구 시청 불가
  • MBC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SD(표준화질)방송 중단 시점으로 통보한 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시청자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17일 스카이라이프에 따르면 양측은 주말에도 계속 접촉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MBC가 예정대로 18일 오전 6시를 기해 수도권 스카이라이프에 SD방송을 중단하면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MBC를 시청하던 110만가구가 안테나를 통해 직접 MBC를 시청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MBC는 앞서 지난 14일부터 같은 지역에 대해 스카이라이프에 HD(고화질)방송의 송출을 중단하고 있다.



    ◇'최혜대우 조항' 놓고 공방…'공탁 수용 여부' 협상 쟁점 = 공방의 중심에 있는 것은 양측이 지난 2008년 2월 맺은 재송신 협약이다.

    KT스카이라이프가 수도권의 HD(고화질)방송에 대해 MBC에 일정 금액의 가입자당 요금(CPS)을 지불하기로 하는 내용의 재송신 협약을 맺었지만 계약에 포함된 '최혜대우' 조항을 놓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최혜대우 조항은 MBC가 케이블TV나 IPTV 등 다른 유료방송에 비해 스카이라이프에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이 조항을 근거로 MBC가 케이블TV와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어 계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계약상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반면 MBC는 최혜대우 조항은 의무 조항이 아니라 강제성이 없는 상호협력 조항이라고 보고 더이상 대가 없이 방송을 송출할 수 없다며 HD방송을 중단했고 이어 SD방송도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

    MBC가 지난달 말 이후 긴 시간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불의 시점을 둘러싼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는 미지급한 대가를 공탁해놓고 MBC가 케이블TV와 계약하는 시점에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나 이에 대해 MBC는 수용 불가 의사를 접지 않고 있다.

    다른 논란의 쟁점은 스카이라이프가 MBC를 상대로 HD방송 중단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며 판단한 계약의 성립 여부에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2일 결정문에서 "MBC와 스카이라이프 간에 HD뿐 아니라 SD 신호의 공급계약도 해지된 것"이라고 판시했는데, MBC는 SD방송의 중단을 결정하며 이 대목을 근거로 들었지만 스카이라이프는 여전히 MBC와의 SD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은 HD방송 중단을 막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일 뿐"이라며 "계약의 성립 여부 등은 민사소송을 통해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MBC와의 SD 계약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110만가구 수신 전환해야…1만1천가구 시청 불가 = SD방송까지 송출이 중단되는 것은 상당수 시청자에게는 방송 자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여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방통위는 스카이라이프의 수도권 가입자를 총 133만 가구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70만 가구는 HD로, 63만 가구는 SD로 스카이라이프를 시청하고 있다.

    MBC가 SD 송신을 중단하면 이들 중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상품 가입자 23만가구를 제외한 110만 가구가 스카이라이프로 MBC를 시청하지 못하게 된다.

    OTS는 위성방송과 IPTV가 결합한 상품인데, MBC와 IPTV 사이의 재송신 계약은 현재 체결돼 유효한 상황이다.

    110만 가구의 경우는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거나 케이블TV 등 다른 유료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신 환경이 좋지 못해 스카이라이프를 신청한 가구가 적지 않은 까닭에 상당수가 MBC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도서나 산간지역 등 난시청지역에서 직접 수신 수단 없이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가구는 MBC를 시청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방통위는 수도권의 난시청지역에서 스카이라이프로 MBC를 시청하는 가구가 1만1천가구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시청자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이자 공영방송인 MBC를 직접 수신할 방법도 없는 데다, 돈을 내고 유료방송을 시청하면서도 결과적으로 MBC를 보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청자 피해를 협상카드로…방통위, 제재 검토키로 = SD방송의 중단으로 시청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경우 MBC와 스카이라이프 양측은 사적인 계약관계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협상의 볼모로 삼았다는 비난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HD 송출 중단과 관련해 제재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방송법 99조에 따르면 방통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청권 침해가 발생하면 시정명령을 비롯해 허가 취소, 허가 유효기간 단축, 업무정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최고 5천만원) 부과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방통위는 HD의 중단으로 피해를 본 가구를 47만가구로 파악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와 더불어 SD방송의 송출 중단 등 새로운 시청자 피해 상황이 발행하면 상황에 맞게 제재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양측에 시청자보호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이를 20일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작년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사이의 재송신 분쟁에서는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한 적이 있지만 아직은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한편, MBC와 스카이라이프의 갈등은 두 회사 간의 싸움 차원을 넘어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사이의 본격적인 갈등 앞둔 전초전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재송신 문제를 놓고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재송신 사업이 N스크린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 새로 등장할 유료방송 플랫폼 쪽으로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