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사실상 대학 축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경우 수천만원에 달하는 출연료가 아무런 자료 없이 지급되는 관행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수면위로 드러나게 됐으며, 더 이상 이러한 관행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판단된다.
    엄연히 출연료는 한 개인 혹은 단체의 ‘수입’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세는 당연한 행정 행위이다. 또한 축제를 주관하고 비용을 집행하는 총학생회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자치권’을 운운하며 회피하는 것은 조세 제도의 바람직한 운용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삼아 대학 축제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확보되길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출연료에 대한 과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에게 얼마를 지급했느냐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우리들의 대학 축제를 되돌아보자.
    왜 우리는 힘겨운 입시 경쟁을 뚫고 당당히 대학에 입학하여 수백 만 원의 등록금을 내 가면서,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그리고 ‘별로 배울게 없는’ 연예인들에게 수천 만 원을 줘 가며 우리들 축제에 불러야만 하는 것일까?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은 5월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한 두곡씩 불러주는 아이돌 그룹을 보며 괴성을 지르는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가이다.
     
    물론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 시대는 팍팍한 것이 사실이다. 1학년부터 취업을 고민하며,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내기에는 등록금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노동과 학습을 병행하기에는 강의실 안에서의 경쟁이 부담스러운 것도, 점차 해체되어가는 가족관념 속에서 부모님께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이 눈치보이는 것도, 그리고 양극화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이 점차 깊어지는 것도 모두 다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5월의 푸르른 날을 젊음을 만끽하고 최대한 ‘세속적인’ 사람이 되어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우리의 지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연예인들 몇몇을 보면서 외치는 함성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핑계, 혹은 도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우리들의 수준을 낮추는 자발적 타락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사유하지 않겠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포기 혹은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학교 폐쇄다.
    진정한 문제의 본질은 연예인들에게 ‘얼마를’ 주었느냐가 아니다. 왜 우리는 연예인들을 불러야 하냐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과 가사, 행위는 즐겁고 쾌락적일지는 모르겠으나 결코 우리의 삶의 지표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는 이제 새롭고 수준 높으며 그 내용의 깊이가 있는 진정한 문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의 젊은 문화는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곧 있으면 다시 5월의 축제가 다가온다. 분명 광장을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대학생들은 비슷한 리듬과 비슷한 가사, 그리고 비슷한 의상으로 무장된 아이돌에 열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네들의 자화상이다. 오늘날의 대학 축제, 우리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윤주진<한국대학생포럼 회장-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