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를 마음껏 즐긴 시민들이 6일을 끝으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예년에 비해 비교적 연휴가 길었던 까닭에 이번 설 연휴에는 이렇다 할 사건·사고 없이 조용히 끝난 편이다.

    하지만 평온한 연휴 뒤에는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이들이 있었다. 특히 명절 내내 2백만명이나 몰린 서울시 대중교통에 종사한 이들의 노고가 컸다.

    서울시가 연휴기간 동안 새벽 2시까지 버스·지하철 연장 운행하고 주요 지역 교통 계도에 동원한 인력은 총 2만3056명. 지하철 운행에 일평균 6570명, 시내버스에 1만3297명, 마을버스에는 2600명이 투입됐다. 여기에 인파가 집중되는 주요 기차역, 터미널, 백화점과 재래시장 주변에서 활동을 벌인 단속 인원도 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눈과 입을 통해 설날 서울에서 일어난 몇가지 소소한 미담 사례를 소개한다.

    #1 지난 4일 저녁 6시께 최모(여·58)씨가 4호선 당고개역 승강장에서 쓰러졌다. 설날 친지들에게 억지로 받은 술잔에 귀가 중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것이다. 자칫 철로로 떨어져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CCTV를 통해 이를 발견한 장세역 부역장은 공익요원들과 함께 최 씨를 역무실로 인계하고 가족들이 찾아올 때까지 보살폈다. 최 씨가 토해놓은 음식물도 직접 손수 치우는 정성을 보였다. 뒤늦게 도착한 최 씨의 가족들은 “사례를 하고 싶다”고 장 부역장은 “할일을 했을 뿐”이라며 조용히 손을 내저었다.

    #2 3일 자정께 지하철 3호선 교대역에 20대 여성이 안절부절하며 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막차는 끊긴 상태. 이 여성은 “2시 연장 운행을 오늘부터 하는 줄 알았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순찰 중이던 박석구 부역장에게 하소연했다.

    박 부역장은 “여성 혼자 귀가하기 위험하다”며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명함과 함께 이 여성에게 전했고 탑승한 택시번호까지 메모지에 적는 친절을 베풀었다.

    다음날 무사히 집에 도착한 여성은 박 부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선뜻 돈까지 빌려주시는 모습에 놀랐다”며 감사를 전했다.

    #3 2일 저녁 지하철 3호선을 이용했던 유모(64)씨는 피곤에 지쳐 자신의 등산 배낭을 깜빡 두고 내렸다. 다급한 마음에 역무실에 이를 알렸고 이를 전달받은 교대역 박석구 부역장은  해당 전철의 번호를 파악, 공익근무요원을 탑승시켜 배낭을 찾아냈다.

    소중한 자신의 배낭을 전달받은 유 씨는 “설날 앞두고 물건을 잃어버려서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신속하게 찾아줘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