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31주기...서독 연설 현장에 기념패 준비광부-간호사 한덩어리 통곡현장에 연설 문구 새겨
  • ▲ 1964년 12월 10월 서독 함보른 광산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을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반갑게 맞고 있다.ⓒ자료사진
    ▲ 1964년 12월 10월 서독 함보른 광산을 찾은 박정희 대통령을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반갑게 맞고 있다.ⓒ자료사진

    1964년 12월 10일 서독 공식방문 일정을 끝낸 박정희 대통령은 오전 10시 55분 자동차편으로 함보른 광산회사로 향했다. 반마일이나 되는 차량행렬이 라인강을 따라 달릴 때 300여명의 교민들이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함보른 광산에 도착하자 박대통령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600여명의 광부와 간호사를 격려, 선물도 나누어 주면서 이들의 향수를 달랬다. 태극기의 물결에 휩싸인 박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자리에 앉으며 감개무량한 듯 눈물을 보였고 광부와 간호사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단상에 올라섰다. 그 순간 함보른 탄광광부들로 구성된 브라스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목부터 목이 멘 소리로 변해갔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 이르러서는 울음소리가 애국가 가사를 대신해 버렸다.

    밴드의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박대통령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연단으로 걸어 나갔다.
    “여러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되어 감개무량 합니다…”
    대통령의 준비된 연설은 여기서 몇 구절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구석 저 구석의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대통령은 원고를 옆으로 밀쳐 버렸다.
    “광원 여러분, 간호사 여러분, 가족이나 고향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 알지만…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번영의 터전만이라도…(닦아 놓읍시다).”
    결국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대통령 본인도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광부들에게 파고다 담배 500갑을 선물로 나눠주고 광부들의 기숙사를 방문해 격려한 후 차에 올랐다.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던 한국의 대통령으로 차관을 얻기 위해 서독을 방문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방문 모습이다.
    역시 외화벌이를 위해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가 파견되었던 1960~1970년대까지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서독을 취재했던 신용석씨(2014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대외협력위원장)는 박 전 대통령의 서거 31주기를 맞은 26일이 남다른 견해로 다가온다.
    대통령과 광부, 간호사들이 함께 손잡고 눈물을 흘렸던 그 에센에 40여 년 만에 ‘광부기념회관’이 건립된 것도 감격스럽다.
    “지난 4월 광부기념회관을 찾으니 현대 기념관 전시실에 1960~70년대 광부들의 상황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진들과 당시의 신문기사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7986명의 아름다웠던 그들이 대한민국을 비춥니다’라는 글과 함께 탄광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동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 위원장은 “대통령이 눈물의 연설을 한 함보른 광산회사의 강당은 건물이 너무 낡아서 현재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4월 독일 현지를 돌아본 신 위원장은 조갑제씨와 안병훈 기파랑 대표등과 회동, 함보른 강당에 기념패를 제작하여 부착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한 12월 10일 기념패를 부착하기로 했고 국내외 500여명이 기념패 부착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뒤스부르크 현지 사정으로 12월 10일로 예정했던 기념패 부착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반가운 것은 뒤스부르크시 당국에서 ‘이곳은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12월 10일 연설을 한 곳임’이라는 동판 이외에 연설문의 주요 대목을 함께 동판에 새기자는 제의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신 위원장은 협의 끝에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서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라는 문구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의 대통령, 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대통령은 31년 전 오늘 떠났다. 후손을 위해서 번영의 터전을 일궈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