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방울도 안된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 운전자들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술을 마시고선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한 강화된 음주운전단속법이 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 법령에 따르면 체내에서 소량의 알코올 성분이라도 발견된 운전자는 1년6개월~2년간 면허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알코올 농도가 아주 높은 운전자는 면허정지 외에 최대 15일까지 구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강화된 음주운전단속법은 지난해 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로 크렘린이 발의해 채택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운전자에게 소량이라도 음주를 허용하면 취한 상태에서도 운전을 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관련 법률 강화를 지시했다. 새 법은 지난달 의회 심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날부터 발효됐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운전자들에게 '혈액 1ℓ당 0.3g'까지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허용해 왔다.
    전통적으로 술을 즐겨 마시고 관대한 음주 문화를 가진 러시아 당국이 음주 운전에 철퇴를 가한 것은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음주 운전 사고로 2천여 명이 숨지고 1만8천여 명이 부상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같은 이유로 660명이 숨지고 6천900여명이 부상했다.
    라시드 누르갈리예프 내무장관은 "강화된 법령이 교통 사고율을 크게 줄일 뿐 아니라 알코올 농도 측정기로 장난을 쳐온 교통경찰들의 부패를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새로 발효된 법률이 교통사고 감소란 기대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운전자 연맹의 세르게이 카나예프 회장은 "소량의 음주를 하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단속 경찰에 돈을 주고 면허 정지 위기를 모면하려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통사고율 감소라는 당초의 의도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 방송 인터넷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길거리에서는 이미 '면허증 회수 도와줍니다'라는 식의 문구가 적힌 광고 전단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돈을 받고 경찰에게 빼앗긴 면허증을 되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브로커들의 선전 광고다.
    운전자 연맹은 또 검사, 판사, 의원 등 '특수 범주 인사'들은 음주 측정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도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이밖에 주류가 아니라 발효 음료인 `케피르'나 `쿠미스' 등을 마셔도 음주 측정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알코올 이외의 음료는 마신지 20분이 지나면 측정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개정 법률은 자동 카메라의 속도 위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에 화학 물질을 칠하는 등의 방법으로 번호판 식별을 어렵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160 달러(약 18만원)의 벌금을 물리거나 최대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에 처하기로 했다. 현재 러시아 주민의 평균 월급이 약 8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액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