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全作)을 공개한다는 것은 감독 본인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특히 언제나 현역이길 바라며, 과거의 작품을 부끄러워하는 감독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후대 영화팬들과 비평가들에게는 한 감독이 거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하고도 즐거운 경험이다.

  • ▲ 임권택 감독 ⓒ 연합뉴스
    ▲ 임권택 감독 ⓒ 연합뉴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오는 8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상암동 DMC단지 내 시네마테크 KOFA에서 임권택 감독의 모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임권택 감독 전작(全作) 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임권택 감독은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래 2010년 현재 제작 중인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까지 50여 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 온,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의 대표 영화거장이다.

    특히 '만다라'(1981), '씨받이'(1986),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 '서편제'(1993) 등 1980년대 이후 작품들에 기인해 ‘가장 한국적인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임권택 감독을 조망하는 회고전을 가졌다.

    이렇듯 임권택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한 다층적인 해석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실제 그의 작품을 통해 임권택을 재해석할 기회는 없었다. 두 달에 걸쳐 진행될 '임권택 감독 전작전'은 그 동안 직접 볼 수 없었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영화와 함께 걸어온 50여 년간의 여정과 마주하는 자리다.

    '임권택 감독 전작전'은 현재 제작 중인 '달빛 길어 올리기'를 포함한 감독의 연출작 101편 중 영상자료원에 필름으로 남아 있는 70편의 작품을 모두 모아 상영하는 최초의 자리다. 이번 회고전은 감독 스스로 ‘습작 시절’이라고 말하는 1960~70년의 작품들부터, 그를 ‘가장 한국적인 감독’으로 평가받게 한 1980~2000년대 작품까지 ‘임권택의 전모’를 느낄 수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 임권택 감독 '만다라' ⓒ 뉴데일리
    ▲ 임권택 감독 '만다라' ⓒ 뉴데일리

    특히, 8월 12일 오후 6시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에서는 올해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한 '만다라'(1981)가 최초 공개된다.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만다라'는 스크래치 등의 기초적인 디지털 복원작업은 물론, 기존에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광학복원(아날로그복원) 된 네가 필름 총 11권 중 색조 등의 보완작업이 필요한 10번째 권을 디지털 복원으로 개선했다.

    이와 더불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스키장면’이 담긴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역시 디지털 복원 후 이번 회고전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또한 그 동안 영사를 할 수 없어서 보존고에만 보관하고 있던 테크니스코프 필름 2편('장안명기 오백화'(1973), '맨발의 눈길'(1976))이 복원되어 일반에 공개된다.

    영화 상영과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회고전 기간 중 임권택 감독은 세 번의 행사를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가진다. 8월 21일 오후 2시 '서편제'(1991) 상영 후 영화감독 김홍준의 진행으로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대담이 진행되며, 8월 28일과 9월 11일, 각각 '축제'(1996)와 '짝코'(1980)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영화평론가 정성일, 김영진, 허문영, 영화감독 김홍준, 오승욱 등 그의 열렬한 추앙자임을 자처하는 후배 감독, 후배 비평가들은 물론 그의 영화세계를 스크린 위에 구현하는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故이만희, 故김기영, 故유현목 감독에 이어 네 번째 전작전이기도 한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연출작 100편 중 필름으로 남아 있는 70편의 작품을 모두 상영할 예정이다. 모든 상영과 행사는 무료이며, 자세한 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cinema)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