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도 제고를 통한 사회적 신뢰 회복

  • ▲ 오정현 ⓒ 뉴데일리
    ▲ 오정현 ⓒ 뉴데일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만이 타인 신뢰
    '동일집단 사이의 신뢰가 외부집단과의 신뢰보다 현저히 높아'

     지난 4월 22일 한국선진화포럼은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구축’이라는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개최했다.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만을 자본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낯설 법도 한 주제이지만, 이미 많은 선진국가들에서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사회적 자본에 주목할 때라는 점은 확실하다.
    세계은행의 수석연구원 스티븐 낵과 필립 키퍼의 조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국가 신뢰지수가 10%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은 0.8%p 하락한다고 한다. 높은 신뢰는 거래비용을 절감하여 인적, 물적 자본의 효율적 투입과 운용을 가능케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자본보다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 15위의 한국의 신뢰도는 어떠할까.
    133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경쟁력평가에서 정치인에 대한 기업인의 신뢰는 2008년 25위에서 2009년 67위로, 노사협력의 수준은 2008년 95위에서 2009년 131위로 하락했다. 이는 국가경쟁력순위가 2008년 13위에서 2009년 19위로 하락한 것과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낮은 신뢰 수준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적 신뢰’에 대한 연구 역시 오래되지는 않았고, 고대, 중세, 및 근대에 신뢰에 대한 직접적 기록은 없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하는 데에 한계는 있지만, 강력한 전제적 왕조를 확립하였던 고려 시대의 사회적 신뢰도가 지금보다 높았으리라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왕권 강화는 기본적으로 지배세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려 왕조는 국민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었을까. 당시 왕실과 국민 사이 신뢰의 기반은 미륵신앙에 있었다. 태조는 스스로를 미륵불의 현처로 자처하며 왕권을 신성화 및 정당화하였고, 풍수지리설, 도참비기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불교가 통치이데올로기였던 시절, 종교를 통한 국민의 신뢰 구축은 시대에 적합한 방법이었고, 경제, 문화 등 사회 많은 영역에서의 발전의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왕권신성화 작업과 국민의 종교적 신앙에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 지적 수준이 높은 지금은 현 시대에 걸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국민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과거 종교적 신앙과 달리 이성적 판단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 혹은 기업은 국민에게 지나치게 비대칭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한 국민의 불신이 쌓여만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잠시 신뢰도가 높았던 과거로 돌아가보자. 사실 신성화되었던 국왕들에게 ‘사적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왕의 행위 하나 하나는 모두 신성하고 고결한 것이라는 이유로, 심지어 국왕의 침실도 궁중 신하들에게 거리낌없이 공개되었다.
    중세유럽에서 강력한 절대왕정을 누렸던 프랑스 역시 베르사유 궁전이 ‘황금 새장’이라고 불리어졌을 정도로 왕들의 사사건건은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다시 말해, 통치자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물론, 국민 모두가 국왕의 사생활 모두를 파헤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통치자의 행동은 최소한 투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 현 기업, 현 통치자들은 어떠한가. 그 누구보다 베일에 둘러싸여 있다.
    이 상황에서 각종 음모론이 난무하고, 사회적 신뢰도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간헐적으로 미디어에 고발되는 정부 혹은 기업의 사건만이 국민들의 판단 잣대가 되고, 미공개된 영역에 대한 추측 및 불신은 자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선진화포럼의 월례토론회 개최는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 구축의 큰 일조로 해석된다. 매월 한국의 현주소에 대해 정보 및 의견을 교류함으로써 국민이 사회에 대한 더 선명한 그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학자, 공무원, 그리고 대학생 등, 각 집단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논의했던 점에서 그러하다.

    통치세력이 ‘황금’ 수저를 사용하는 것은 좋다. 투명하게 공개된 ‘새장’ 안에서의 올바른 공무 집행에 대한 보상이라면 말이다. 국민의 시야를 가리는, 국민의 신뢰를 멀리 만드는, 각종 정보에 대한 벽에 선진화포럼의 자발적 월례토론회와 같은 유리창이 하나, 둘씩 늘어나 한국의 투명성 및 사회적 자본 역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