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사고 발생 22일만인 지난 17일 천안함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 조선중앙통신사의 `군사논평원 글'이라는 생경한 형식을 동원해 관심을 모았다.
    북한은 대미 관계 등 주요 대외정책에 관한 입장을 밝힐 때 주로 외무성을 창구로 활용하고, 대남 분야에 관해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보도'나 `담화' 형식을 많이 쓰지만, 사안의 성격에 따라 노동신문, 중앙통신 같은 언론매체나 북한군도 동원돼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등장한 `군사논평원 글'은 북한을 대표하는 노동신문, 중앙통신 두 매체에서만 쓰는 `논평원 글'의 특화된 형식으로 보이는데, 형식상 `무기명 개인논평'이어서 노동당이나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논평원 글'의 성격을 놓고 남북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일도 있다.
    예컨대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개월여 지난 2008년 4월1일 노동신문 `논평원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면서 대남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이 `논평원 글'을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남한 정부 주변에서 나오자 북한은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4.4) 지면을 빌려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은 노동당의 목소리이며, 북한 정부 성명이나 정부 대변인 성명보다 더 권위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안함 사고가 `남한측의 날조'라고 주장한 이번 `군사논평원 글'의 `무게'를 놓고도 논란은 여전하다. 하지만 예의 북한 측 주장과 달리 남한 정부에서는 `논평원 글'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9일 연합뉴스에 "실체도 없는 군사논평원의 글이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보며, 정부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군사논평원 글'에 북한 당국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을 대놓고 `역도'로 몰아세운 2008년 4월 노동신문 논평과 마찬가지로, 뭔가 공식화하기 부담스러운 얘기를 우회적으로 풀어놓을 때 쓰는 북한 특유의 `꼬리 자르기' 전술이라는 것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북한학과)는 "북한의 천안함 사건 연루 의혹이 주로 남한 언론에서 제기된 만큼 북한도 일단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정도로 대응 수위를 정한 것 같다"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 북한 당국의 스탠스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북한 당국이 남한과 연관된 사안을 놓고 `군사논평원 글' 형식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이번 중앙통신 논평까지 북한 매체가 `군사논평원 글'을 낸 것은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이 각 3회씩 모두 6차례에 불과하다.
    첫 사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6월25일 노동신문 군사논평원이 "북방한계선(NLL)은 불법,무법의 유령선"이라는 요지의 글을 내놓은 것이고, 나머지 5건은 모두 현 정부 들어서인데 그 가운데 4건이 2008년에 집중됐다.
    2008년 사례를 보면, 북한의 핵공격 대책을 밝힌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 비난(중앙통신 3.30), `제3의 서해교전' 경고(〃5.8),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군부대 순회공연 계획 비난(노동신문 6.28), 한미 군사연습 비난(〃9.23)에 이 형식이 쓰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