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검찰은 답변을 거부한 채 침묵을 유지한 한 전 총리를 향해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주요 쟁점인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한 전 총리에게 "곽 전 사장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느냐"고 묻는 것을 시작으로 50분간 약 150개의 질문을 던졌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행선지도 말하지 않았는데 무작정 골프백화점에 따라갈 만큼 친분이 있었느냐"며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고 2004년 총선 전후에 후원금을 받았는지도 물었다.
    또 한 전 총리의 서명이 있는 제주도 골프 빌리지 숙박기록을 제시하며 "빌려달라고 먼저 요청한 게 맞느냐"고 확인을 시도했고, 한 전 총리 동생의 이름이 적힌 기록지를 근거로 "한○○씨가 골프를 친 것이냐. 피고인(한명숙)이 친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
    검찰은 또 아들 박모씨가 미국에 가져가거나 송금받은 돈이 3만3천여 달러가 전부냐며 유학비로 충분했는지, 남편과 박씨의 출국 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등을 두루 신문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 전 총리가 검찰의 신문을 전면 거부하자 검찰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때 검찰이 질문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이틀째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장시간 법리공방을 벌인 끝에 변호인 의견을 사전에 청취한 재판부의 지휘를 거쳐 검찰이 신문하기로 합의했고, 검찰은 3시간여에 걸쳐 질문 내용과 범위, 방식을 변호인과 조정한 뒤 신문 절차에 돌입했다.
    박씨 학비 액수가 실제보다 축소돼 있고 학교에 낸 주소가 박씨가 머물렀다고 주장한 지인의 주소와 다른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이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변호인은 재판 말미에 2007년∼2008년 학비 명세와 미국은행 계좌 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변호인은 "학교 측이 카드결제 내용을 빠뜨려 착오가 있었다"며 "입학에 필요한 잔고를 맞추려고 지인에게 이체받은 내역과 박씨에게 전달된 총 7만7천여 달러의 출처 자료를 냈고 이사 의혹도 다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진술을 거부하기보다는 답변에 응해서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며 "검사의 피고인 신문을 판사가 제한적으로 허락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 발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날 피고인 신문 방식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의 강력한 요구로 재판부의 원래 판단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고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 협조하지만,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검찰이 신문하는게 관례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일 오전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검찰의 구형의견, 변호인의 최후변론과 한 전 총리의 최후진술을 들은 뒤 변론을 종결하고 9일 판결을 선고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