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9시 45분경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역사상 최악의 침몰 사고가 발생,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반나절이 지나도록 이번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초계함 천안함(1200톤 급)은 선미 쪽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나 선체 뒤쪽부터 급격히 침수, 가라앉는 사고를 당했다. 폭발 직후 승선했던 해군 장병 104명이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이 중 46명의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 ▲ 해군이 27일 오전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의 사고원인 규명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 연합뉴스
    ▲ 해군이 27일 오전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의 사고원인 규명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 연합뉴스

    ▲사고 해역서 '미확인 선박' 출현? = 한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9시 45분께 갑자기 뒤에서 큰 폭발음이 나더니, 배가 두 동강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체가 급격히 뒤로 기울면서 갑판에 서 있던 장병들과 함정에 있던 각종 물건들이 한쪽으로 쏠려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불가항력적인 배의 침수로 많은 장병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초 제기됐던 암초와의 충돌이나 내부 폭발보다는 기뢰나 어뢰의 공격을 받아 한순간에 배가 침몰됐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은 상태다.

    결국 사고 직전 북한 측의 잠수정이나 선박이 천안함 인근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사고원인 규명의 첫 번째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는 27일 자정을 기해 발표한 공식브리핑을 통해 "사고 직후 초계함 레이더에 미상 물체가 포착돼 경고사격을 한 사실은 있지만 이 물체가 새떼로 추정될 뿐 정확한 내용은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레이더망에 포착된 물제가 북측 선박일 가능성을 일축한 국방부는 북한과의 '교전설'에 대해서도 "사고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북한이 했다고 단정을 못하고 있다"며 말문을 아꼈다.

    ▲북측과 '교전' 정말 없었나? =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 한 군 소식통이 밝힌 내용은 이와 달랐다. "천안함이 공격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초계함 속초함에서 북쪽의 미상 타킷(선박)을 향해 발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고 직후 출동한 우리측 경비정이 NLL을 넘어온 북측 선박을 발견, 함포 사격을 가한 사실이 있다"며 "이 정체불명의 선박들은 공격을 받자마자 NLL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근에 있던 초계함 속초함에서 북쪽의 미상 타깃(선박)을 향해 발포를 했다며 국방부의 브리핑 내역을 뒷받침했다.

    이들이 전술한 내용으로 보아 천안함에서 원인미상의 폭발이 일어난 이후 정체불명의 선박 일부가 우리 측 해군 경비정에 포착됐던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그러나 국방부는 당시 NLL을 넘어온 '괴선박'의 정체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조만간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령도 해안가 주민들이 사고 당시 격렬한 포격 소리를 들었다는 점도 의문이다. 한 주민은 "태어나서 이렇게 큰 포성소리는 처음 들었다"며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밝혔다.

    물론 국방부는 문제의 포성 소리가 "우리 측 장병을 구조하기 위한 조명탄 소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북측 선박 출현이 사실이라면 잠시나마 교전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천안함, 수면 위 돌출 왜? = 서남방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선체 일부가 해상위로 돌출해 있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완전히 가라앉은 것이 아닌 부분적으로 돌출된 상태로 고착된 것. 국방부 측은 이처럼 천안함이 바다 위로 일부 모습을 들어낸 원인에 대해 침몰 당시 장병들이 바닷물의 유입을 위해 내부 문을 차단, 안에 공기가 남아 있어 선수 부분이 떠올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사고 해역의 수심이 낮아 선체 후미가 바닥에 박혀 배의 머리 부분이 돌출 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수심이 낮고 선체가 밖으로 노출된 천안함은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상태라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단축될 소지가 많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북측의 어뢰 공격 여부를 밝히기 위해선 구멍난 선체의 철판이 어느쪽으로 휘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만일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면 당시 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