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작년 9월 말과 10월 초에 김태호 경남지사에 관하여 찬양한 적이 있다. 당시의 핵심요지는 2012 대권을 노리는 예비후보라면, 적어도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화려한 싸움거리를 달고 다녀야 하며, 그래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전공노와의 싸움을 탁월한 처신으로 평가하였고, 애국심은 싸움으로 입증해야지 혼잣말로 입증하는 게 아니라고 하였다.

    최근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가지고 시끄럽게 군다. 그 때문인지 박지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지지의사<이용가치)

    이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를 인용하여 박근혜의 삐딱한 똥고집을 그나마 답답한 외골수로 들리도록 좋게 표현해가며 토론을 요구하였으나, 박근혜는 토론을 거부하고 오히려 미생지신을 가지고 정몽준을 비난하고 있는 형국이다

  • ▲ <span style=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title="▲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여기서 볼 때, 이젠 정몽준 의원이 차기대권으로 나아가는 데 날개를 달았다고 본다. 그 이유를 하나씩 열거해 보련다.

    첫째, 정몽준 의원은 2010년 1월 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이하 국본)의 ‘애국투쟁기’ 출판기념 및 후원행사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 등과 함께 참석하였다.

    국민행동본부가 현실적으로 애국단체의 대표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상, 정몽준 의원의 이날 참석은 애국단체와의 상호연대를 의미하며, 재야의 지지가 필요한 ‘제도권 우익’과 제도권과의 연대가 필요한 ‘재야권 우익’의 상생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그동안 전여옥 의원이 꾸준히 애국단체와 활발한 접촉을 가져왔지만 힘에 부치는 면이 많았는데 그래도 “아스팔트 애국시민” 발언 이후 이번에 처음 접촉한 정몽준 의원의 경우에는 그 대표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즉, 정몽준 의원은 이번 접촉으로 무주공산이던 재야우익 애국단체를 지지세력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애국단체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비판적 발언을 하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이명박 정부를 편드는 비판적 지지 세력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몽준 의원이 접촉ㆍ포용하여 상생 시너지 효과를 점화시킨 이상 애국단체가 향후 지지할 차기 대권후보는 정몽준 의원 밖에 없게 된 점이다.

    둘째, 정몽준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접촉한 데서 세종시 수정안 지지를 받은 사실이다. 1월 18일 저녁 82회 생일을 맞아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등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전국 여론 지지율이 원안보다 높다. 한나라당이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면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히고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부안이 60%, 원안이 4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사실상 끝이 난 얘기 아니냐”며 “갈수록 정부안과 원안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결국 정부 수정안이 더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이용가치 때문에 야당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점이다.

    셋째,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11% p하락하였음에도 정몽준 의원과의 토론을 거부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평소 박근혜가 입버릇처럼 떠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스스로 파괴한 독선적 자멸행위인 것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되, 대화와 타협이 안 되면 다수결로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그동안 다수결을 거부하고 대화와 타협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던 박근혜가 오히려 자기 수에 걸려든 것이다.

    난데없이 태클 거는 소리 한마디 툭 집어던지고는 쏙 빠지는 박근혜의 방식이 이번 세종시 문제에도 그대로 재현되었는데 정몽준 의원이 제의한 토론을 거부한 채 비난을 퍼붓는 데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즉, 토론을 하면 정몽준 의원의 인지도가 박근혜 만큼 저절로 올라가고, 토론을 거부하면 ‘대화와 타협’을 내세운 박근혜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딜레마 상황이 되는 것이다. 원래 인지도 높은 사람은 인지도 낮은 사람과의 토론을 피하는데 이 점이 역이용된 것이다.

    넷째, 박근혜에 대한 박지원의 지지발언과 홍준표 의원의 탈당 발언이다. 박근혜가 세종시 원안 주장으로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하면 할수록 ‘호남-비호남 구도’에 따른 ‘몰표의 저주’에 빨려드는데 박근혜에겐 호남의 지지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민주당 박지원의 지지는 곧 비호남 표의 이탈을 부르는데 박근혜는 비호남 표를 철밥통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또한 홍준표 의원의 ‘탈당’ 발언으로 친박연대로 딴 살림 꾸리면서 한나라당 내에 남아 정부정책의 발목을 잡는 박근혜의 속내를 뒤집어 놓았는데 논리상 친박연대를 한나라당과 합당하지 않은 이상 친이세력보다 친박세력이 탈당의 대상임은 자명하므로 박근혜의 지지기반은 상당한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정몽준 의원은 박근혜에게 씹힐수록 좋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 나가려면 그때까지 인지도 올리는 게 첫 번째 관건인데 적어도 2011년까지는 싸움상대를 적당히 물고 늘어져서 시끄럽게 굴어야 하는 게 필수 관건이다.

    전공노 물고 늘어진 김태호 경남지사, 북한인권 물고 늘어진 김문수 경기도지사, 충청도 몽니 물고 늘어진 정운찬 총리 보다 박근혜 물고 늘어지는 정몽준 의원이 현재로선 최고의 상책을 잡은 것 같다.

    박근혜가 정몽준 의원을 비난할수록 박근혜에게 촉각을 세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어 정몽준 의원의 인지도는 저절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몽준 의원은 ‘토론을 왜 피하느냐’, ‘탈당할 것이냐’는 식으로 자꾸 박근혜의 염장을 질러서 박근혜에게 계속 씹힐수록 좋다. 이제 싸움을 아는 것 같다.

    뉴데일리 독자인 네티즌 '동남풍'님의 게시글 '박근혜에게 씹힐수록 정몽준에겐 호재다'입니다. 외부필진 및 독자의 글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