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탄절을 맞아 장 장관은 이날 산타 복장으로 농촌을 찾았다. ⓒ 뉴데일리
    ▲ 성탄절을 맞아 장 장관은 이날 산타 복장으로 농촌을 찾았다. ⓒ 뉴데일리

    낯선 말들이 한적한 농촌 마을회관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가운 포옹과 아이들의 칭얼거림도 이어졌다.
    지난 23일 오후 충남 연기군 전의면 금사리 마을회관 앞.
    이국적인 풍모의 여인들이 주민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기 시작했다. 뻥튀기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커다란 철판엔 떡볶이가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솥에는 찐빵이 김을 내고 한 구석에선 떡메치기가 한창이었다.
    군고구마로 시장기를 달래던 아이들이 마을 입구에 멈춰선 차에 시선을 멈췄을 때 낯선 얼굴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들은 주위 어른들의 귀띔을 듣고야 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장관님이다!”
    차에서 내린 신사는 일일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마을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그였다.
    성탄절을 맞아 장 장관은 이날 산타 복장으로 이들을 찾았다. 이들을 맞는 주인들은 지역 주민 외에 충남 연기군의 다문화가정 가족들도 있었다. 베트남이며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며느리’들은 처음 만나는 ‘장관님’이 어렵고 신기한 듯 고개 돌리면서도 흘깃흘깃 시선을 떼지 못했다.
    금사가마골 체험회관에서 주민들과 마주앉은 장 장관은 “여러분들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서먹해 하던 분위기는 장 장관의 편한 미소에 금세 가족모임같은 자리로 변했다.
    연기군 서면에서 온 중국동포 출신 며느리의 하소연이 시작됐다.
    “벼농사를 짓는데 비료 값이며 모든 게 많아 올랐습니다. 그래도 쌀값은 오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크면서 공부를 시키는데 돈이 많이 듭니다. 장관님, 쌀값 좀 올려주세요.”
    얼굴이 붉어지며 수줍게 따지는 목소리에, 장 장관의 미소 띤 얼굴에 미안함이 번졌다.
    “저장이나 가공, 수출 등 여러 면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여러분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 며느리는 유아시설 부족을 호소했다.
    “배 농사를 짓지만 수입이 적어 저도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생겨도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시골이라 마땅히 맡길 시설이 없습니다. 장관님, 유아시설을 늘려주세요.”
    “벼농사를 짓는데 제값을 못 받습니다. 저희 남편이 활짝 웃게 해주세요.”
    다문화가정 외국 며느리들의 하소연은 길게 이어졌다.
    장 장관은 메모를 하며 일일이 이들의 호소에 성의를 다해 답을 해줬다.
    그리고 자리를 인근 초등학교로 옮긴 장 장관은 산타 복장을 하고 이들 가족들에게 빠짐없이 작은 선물들을 전달했다.
    낯선 품에 안긴 아기들이 울어도 장 장관은 마냥 기쁜 표정이었다.
    충남의 다문화가정은 8300가구. 이중 연기군에만 330가구가 있었다.
    장 장관은 “이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배려가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약속을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자리를 옮겼다.

    장 장관이 다음 찾은 곳은 전북 진안군 부귀면 부귀초등학교.
    이곳에서도 조손가정(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사는 가정)과 다문화가족들이 장 장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타장관에게 대한 하소연은 이곳에서도 같았다.
    14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일본 출신 우소기 사토미씨는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 신부들이 대부분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아 남편 사후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한 복지대책을 세워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주관 업무가 아니었지만 장 장관 역시 “성의 있게 그 내용을 해당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역시 일본에서 온 다카하시 치도리 씨는 “정부가 다문화가구를 위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지만 언어만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취업과 관련된 교육을 시켜줬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를 다독거리고 장 장관이 서울로 향한 것은 깊은 밤.
    장 장관은 “내가 선물을 준 게 아니라 받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관을 전송하고 돌아서는 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산타 장관님 덕에 잊지 못할 성탄절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