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다섯 살의 철학과 교수는 심각한 성기능 부전이다. 잠자리가 편할 리 없다. 이런 그를 아내는 구박을 한다. 아주 심하게. 도대체 몸이 말을 안 듣는데 어쩌란 말이냐. 하지만 돌아서면 남인 아내는 그 애달픈 사정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이쯤 되면 아내가 아니라 ‘웬수’다. 그 때 구세주가 나타난다. 자신이 가르치는 여제자다. 그런데 스물 한 살이다. 와, 이건 뭐….

    여제자의 도움으로 기적은 일어난다. ‘고장난 기계’가 다시 작동하고 ‘웬수’이던 아내는 급격히 ‘현모양처 모드’로 바뀐다.

    서울 한성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교수와 여제자’의 줄거리다. 요즘 이 연극이 온통 논란과 화제다. “대사가 철학적이어서 어렵다”는 관객이 있고 ‘벗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이들도 있다.

    물론 벗는다. 스물두살 여배우가 벗는다. 전!부!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논쟁도 된다. 티켓 가격이 3만원이다. 커플티켓이 아닌 1인분 가격이다. 비싸다. 그래도 관객이 몰린다. 30대도 많지만 20대 관객도 많단다.

    그런데 이 연극이 2일 느닷없는 선언을 했다. “30대 이상만 봐주세요.”

    ‘19금’도 아니고 ‘29금’이라니? 제작사인 예술집단 참이 내놓은 이유는 이렇다. “노출 수위가 높고 소재 특성상 20대가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철학과 교수가 45세. 40대가 겪는 성기능 장애를 다룬 만큼 관객층을 중장년층에 맞추기로 했단다.

    열 받을 20대를 위한 위로성 멘트도 했다. “20대 관객을 위한 공연이 아니다. 하지만 젊은 관객도 중년이 되면 고개 숙인 남성의 고민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50, 60대에겐 특별 할인도 한다. 더 고개 숙인 남성들을 위한 배려인가?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들을 위해 배려’란다. ‘믿거나 말거나’다.

    연출을 맡은 강철웅 에버시네마 대표는 지난 1997년 3월 노골적인 대사와 알몸 연기 등으로 연출자와 제작자가 옥살이까지 한 연극 ‘마지막 시도’를 만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