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사변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국민과 군인을 가장 크게 감동시킨 시는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였습니다. 그 한 줄의 시에,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 그 많은 젊은 군인들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20년쯤 전 부산 동의대의 참사가 벌어졌고, 순수한 학생들이 불순분자들의 사주를 받아 난동을 일으켰으므로 이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관들이 크게 다쳤을 뿐 아니라 납치된 동료들을 구출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던 최동문 경위, 조덕래 경사, 정영환 경사, 박병환 경사, 모성태 수경, 서원석 수경, 김명화 수경은 거기서 꽃다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것만이 억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상사의 명령을 받들어, 폭도들에게 붙잡혀 포로나 다름없이 된 동료 경찰을 구출하기 위해 몸을 던진 애국경관들은 오히려 “반민주 경찰관”이라는 누명을 쓰고 지난 20년 동안 부당하고 억울하고 불명예스러운 깊은 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줄을 뻔히 알면서도 시류에 밀려 국민은 말 한마디 못하고 죽은 듯 조용했는데 이제 비로서 이 순직 경찰관들은 무덤을 헤치고 일어나 가족 품에, 민중 품에 돌아와 크게 외칩니다. “얘 이 죽일 놈들아!”

    그들은 이제 추모비가 되어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경찰청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거기 일곱 개의 비석이 사이좋게 서서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를 꾸짖고 있는 듯합니다. 경찰은 죽어서 말한다고 느꼈습니다. 이 못난 우리들을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