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 뉴데일리

    중국 글에는 어조사가 있어서 질문인 것이 분명해집니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왕이 대뜸 묻습니다. “선생께서 이 먼 길을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일이 있습니까?” 그 질문을 <맹자>에는 “역장유이리오국호” 라고 했는데 이 경우의 “호”는 어조사이지만 질문인 것이 분명합니다.

    정몽주의 의중을 타진하기 위하여 이방원이 보낸 시조 한 수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 우리도 이 같이 얽어져서 백년까지 누리과저”라고 읊은 그 노래를 <하여가>라고 하는 까닭은 “고려조면 어떻고 조선조면 어떻습니까”라는 상대방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하여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한동안 잘 쓰이던 의문표 “?”가 우리글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인지, 우리는 질문이 없는 국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감히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에게 한 마디 묻습니다. 앞으로 민주당을, 그리고 우리들의 조국을 어디로 끌고 가실 겁니까. 앞으로도 변함없이 다수결의 원칙을 깔아뭉개면서, 의회정치를 부정하고, 이른바 “장외투쟁”을 계속하실 겁니까.

    그 당의 대표가 국회의장에게 사표를 내고 의원회관 자기 방의 사물을 다 챙겨가지고 떠나면서 “이제부터는 장외투쟁 밖에 없다”며 비장한 각오를 표명한 바 있었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겁니까? “미디어 법”이 비록 통과는 됐지만 무효라고 앞으로도 주장하실 겁니까, 아니면 그 모든 불법과 억지를 접고, 의회 민주주의의 틀을 존중하겠다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