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천년 전, 몽골 고원에 하늘을 바라보며 반듯하게 누운 채 매장된 흉노인 인골이 온전한 형태로 발굴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한국과 몽골 공동 고고학 학술발굴조사 계획(MON-SOL PROJECT) 일환으로 지난 6월29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도르릭나르스 흉노무덤군'을 발굴조사한 결과 이런 성과를 얻었다고 27일 말했다.
    이 무덤군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북동쪽 500㎞ 지점 헨티아이막 바양아드라가 솜이란 곳의 울창한 소나무숲에 위치하며, 2002년 한ㆍ몽 지표조사 결과 모두 198여 기에 이르는 흉노시대 무덤이 발견됐다.
    올해는 그 중 제5호분을 비롯해 1호분 주변에 배치된 달린묘(배장묘) 7기 중 4기를 발굴한 결과, 무덤 구조를 확인하는 한편, 중국 한(漢)나라에서 수입한 동경(銅鏡.구리로 만든 거울)의 일종인 일광경(日光鏡)과 쇠로 만든 둥근 몸체의 그릇인 철복 등의 비교적 많은 유물을 수습했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이 중 1호분 주변에 배치된 달린묘 중 'E2 배장묘'라고 명명한 곳에서는 완전한 형태로 누운 모습의 인골 1구가 확인됐다.
    조사 결과, 5호분은 공중에서 내려다본 묘광(墓壙)과 그곳으로 통하는 무덤길이 '凸' 자 모양인 구조로 밝혀졌다.
    시신을 매장하는 공간인 매장 주체부(묘광)는 전체 규모가 길이 10m에 북쪽 너비 9m, 남쪽 너비 8m이며, 지표면 기준 지하 깊이 7m까지 사다리꼴 모양으로 총 4개 단을 지어 범위를 좁혀가며 파 내려가는 방식으로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남쪽 중앙에 마련한 묘도(무덤길)는 길이 6m로 이 지역 다른 흉노 무덤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라고 박물관은 말했다.
    이 5호분은 목곽(木槨.나무로 만든 덧널)과 목관(木棺)을 모두 갖춘 무덤으로, 목관은 목곽 남쪽 벽면에 근접하게 안치한 반면, 목관 북단벽에서 목곽까지는 각종 유물을 넣어두는 부장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덤은 이미 도굴된 까닭에 출토유물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목곽 북쪽 부장 공간에서 청동호(壺.항아리), 토제 등잔, 금제 원형 장식, 청동제 칠기다리 등이 수습됐다.
    매장주체부 기준 길이 20m, 묘도 길이 30m인 1호분 주변에서 확인된 배장묘는 조사결과 땅을 파서 묘광을 마련하고, 그 안에다가 목관 같은 시설을 안치한 다음, 흙으로 덮은 후 돌을 두른 구조로 드러났다.
    조사를 완료한 배장묘 4기는 묘광 형태가 장방형 혹은 장타원형이며, 깊이는 130-360cm 가량이었다.
    매장 시설로는 목곽과 목관을 모두 갖춘 것이 있는가 하면, 목관만 발견된 데도 있다.
    송의정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유적의 성격을 밝혀 줄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면서 "향후 보존처리와 과학적인 분석을 마치면 유적과 유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중국기록에만 단편적으로 남은 흉노와 흉노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