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중국 吉林省 和龍市에 있는 龍頭山에서 발해 고분을 발굴했다고 한다. 고분의 주인공은 孝懿 皇后와 順穆 皇后. 중요한 것은 그들을 皇后라고 표기한 碑文이다. 발해는 중국이 주장하듯 그들의 지방정권이 아니라 당당한 皇帝의 나라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鳥羽冠과 墓制가 고구려 式이라 했다. 학문이 한 가지 사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건 무시 못 할 물증일 것이다.

    논란은 학계가 할 일이다. 다만 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을 계기로 우리 입장에서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중국은 물론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는 우리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이웃이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이 북한 편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외교적인 협력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또한 일본 못지 않은 일종의 국수주의적인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가벼이 봐선 안 될 것 같다. 中華사상적인 漢族 패권주의 같은 것, 邊方 異民族들을 자기들의 諸侯國으로 보던 舊제국적인 세계관 같은 것이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은연중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이른바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古代의 다른 독립국들을 모두 중국의 한 下位 역사로 편입 시키고 있는 점부터가 우선 그렇지 않은가?

    일본 국수주의 부활이 경계해야 할 현상이라면, 漢族 국수주의 부활은 똑같이 경계해야 할 현상인가, 아닌가? 우리 사회엔 일본 국수주의에 대한 경계심에 비해 漢族 국수주의에 대한 경계심은 아주 미미하다. 일본에 대한 경계심과 대등한 정도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의 필요성을 당장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漢族 국수주의에 대해서는 일본 국수주의에 대한 것과는 달리, 그저 마음 푹 놓고 쿨쿨 잠자고 있어도 좋은 것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 뿐이다. 필자 자신도 아직은 잘 모르겠기에...

    인접국들은 善隣인 동시에 경쟁국으로서의 분쟁과 갈등의 요인이기도 하다. 이건 세계 다른 모든 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다. 중국 일본은 수 천년 동안 한반도에 대한 영형력을 장악하려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해 온 양대국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그들 나라들의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한-미 동맹의 그 한-미 聯合司가 해체의 시점을 맞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反美만 알았지, 일본-중국 패권주의의 요소를 몰랐기 때문이다. 참 무모한 사람들이었다.

    渤海國 皇后의 묘비를 접하면서 일본, 중국에 직면한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생각해 본 所懷의 일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