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노무현은“나라는 단군 할아버님께서 이미 세워주셨고...”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48년의 ‘8.15’는 건국 아닌 정부수립이었다는 소리였다. 이렇듯 우리 사회엔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공산주의자는 물론, 민족주의자, 중간파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그러는 것은 의례 그러려니 치지도외하기로 한다. 그러나 일부 민족주의자들과 왕년의 중간파를 계승하려는 인사들 사이에도 그런 주장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한 마디로, 8.15를 건국이라고 불러도 그것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임시’다. ‘정식’으로 발족하기 전에 우선 ‘임시’로 두었다는 뜻 아닌가? 그러나 그 ‘임시’는 위대한 것이었다. 그 위대한 ‘임시’의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해서 1948년에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건국했으니, 그 건국과 그 위대한 ‘임시’가 왜 상충하는 것인가?

    북한은 자기들의 9.9절을 ‘공화국 창건’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이 그에 맞서 ‘건국’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식국가는 한반도 북쪽에만 있고 남쪽에는 없다(그저 정부기능만 있다)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일부 민족주의자들과 중간파 계승자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싫어하고 김구 김규식 선생 등을 애모하는 것은 여기서 논의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그들의 양심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 법칙 가운데는 ‘기정사실화’라는 게 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도 오랜 세월을 거쳐 취소불능의 보편적 현실로 굳어지면 그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61년사는 이제 취소불능의 기정사실이다. 민족주의, 중간파 계승 진영의 절대다수 인사들도 이미 그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48년의 8.15를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 그 건국과 그 임시정부는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고 거듭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