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노조가 저에 대해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은 대체로 단호한 언어를 선호하니 선택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 쓸 일이 못 됩니다. 소신껏 이야기하는 시민운동가도 아니고 이제 MBC를 함께 책임져야 할 사람들 중의 한명으로서 개인의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운동, 재야운동, 북한인권운동, 자유주의개혁운동, 공정언론실현운동 등 지난 20년 동안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최소한 MBC에 대해서만큼은 주장자가 아닌 책임자의 태도를 익혀가야 합니다. 

  • ▲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뉴데일리
    ▲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뉴데일리

    이런 면에서 노조의 지적은 제가 마음에 새겨둘만 합니다. 인터뷰들을 완곡하게 거절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말을 하게 된 터라 약간의 억울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결국 그것은 누굴 탓할 일이 아니고 제가 온전히 책임져야 합니다. 다만 그 성명서에서 노조분들의 오해가 읽혀져서 그것은 풀어볼 요량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보도 공정성은 MBC 운명과 직결돼 있습니다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이 왜곡, 편파방송이라며 방문진이 마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결정짓는 판사라도 되는 양 떠들고 다니더니, 오늘은 MBC의 민영화 논의, 그것도 ‘연내’라는 시한까지 못 박았다”

    이것이 바로 8월 4일자 성명 내용의 일부입니다. 시사보도의 편파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법원의 판결과 많은 조사통계가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고, 경향적으로 하락해온 시청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우리 MBC가 온 국민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시청률의 상승은 불가합니다. 백약이 무효입니다. MBC는 특정 입장만이 강변되는 방송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더 확산돼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 그 자체일 것입니다.

    특히 개정 미디어법이 현실화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2~3개의 종편채널이 생기게 될 터인데 지금 이 편향과 결별하지 않는다면 우리 MBC는 회복불능이 될 지도 모릅니다. 보도의 공정성은 제가 보기에 MBC의 운명과 직결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조도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드릴 말씀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차차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해 나가 봅시다.

    민영화 요구에 대해 사실왜곡은 삼가야 합니다

    정작 큰 오해는 이른바 민영화론에 있습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조중동과 정권만이 원하고 있는 ‘MBC 민영화’가 마치 뒤집을 수 없는 대세인양 떠들고 다니는데 대해 MBC 구성원들은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1999년 DJ정부는 MBC의 단계적 민영화를 결정하고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 이전 1988년에는 MBC 노조가 민영화를 검토했지요. 신군부가 MBC를 KBS로 편입시킬 당시 또 얼마나 민영화를 열망했을까요?

    지난 2월 MBC 공정방송노조에서 자체 조합원 81명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영화(49%)가 공영화(40%)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민영화에 대해 노조가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누구누구만’이 원하고 있다는 식의 사실왜곡은 삼가야 할 일입니다.

    저는 한 번도 ‘MBC 민영화’가 대세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DJ 정부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해도 안 된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대세라는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헌재 결정에 따라 민영미디어렙이 생기게 되고, 공영방송법이 논의되고 있는 조건에서 MBC 위상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방문진 이사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절차적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사안입니다. 내용적으로 MBC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MBC의 소유주가 국민이기에 가부간 국민의 의견을 뒤집을 수 없습니다. 노조의 견해는 그대로 존중받아 MBC 구성원들과 국민들,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민영화론도 마찬가지로 소개될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충실한 논의’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논의를 진행하고 총론적인 결정에 따르면 됩니다. 그 결정이 무엇이 될 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평화방송의 물음에 대해 밝혔던 입장은 ‘이 논의의 과정이 충실하게 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나의 관심사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노조분들의 말씀처럼 공영화로 간다면, 어떻게 공영성을 강화해야 할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그 역의 경우라면 노조가 또 지혜를 모아줘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어떤 모습으로든 MBC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의견이 갈려 끝 모를 소모전을 치른다면, 치열한 미디어경쟁시장에서 발전은 고사하고 MBC가 살아내기라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공통의 꿈이 있습니다. MBC가 국민의 사랑받는 방송으로 발전하며 미디어빅뱅시대, 세계화시대를 헤쳐 나가 세계 유수의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하는 꿈 말입니다. 이 꿈은 모든 MBC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 국민의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손을 잡고 앞으로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