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 공직자는 왜 이렇게 많은 경우 번번이 돈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도 예외 없이 그것 때문에 국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썽이 일 줄 알고서도 유독 부자만 일부러 골라서 지명했다고 할 수 는 없더라도, 좌우간 이런 사례가 자꾸 거듭되니까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아파트 구입비 논란, 부인의 고급 승용차 리스 논란, 연 3500만 원 어치 구입자에게만 지급되는 백화점 VIP 카드 논란, 등등 모두가 '서민'들의 부아를 돋을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부자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공인으로서 부자로 사는 상태의 도의적 적절성 여부에 대한 해명발언이 시원치 않다는 것은 '부자' 논란과는 별개로 더 큰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도대체 왜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가? 우선 그런 줄 몰랐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누워서 침 뱉기요, "우리는 바보로소이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뭘 잘 모르고서 어떻게 정권을 이끄는가? 집권세력이 뭘 모른다는 것은 변명 아닌 '죄'에 해당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 정권 주류가 정치에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 알기를 우습게 알면서 '철학 없는 실용주의' '몰가치적 효용성'를 신봉하는 탓이다. 여기서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읽을 줄 아는 직감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직감력으로 국민을 끌어가는 감동의 리더십을 말하는 것이다. 노사모에 대해 노무현은 그런 존재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는가?

    어느 한나라당 현직 초선의원이 국회의원 되기 훨씬 전에 사석에서 필자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는 말입이더. 친구를 사귀기로 한다면 정치인 중에선 전두환, 노무현입니더, 하하하..." 그가 전두환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단지 그들 방식의 리더십에 드러나 있는 그들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정치적으로는 표를 줄 수 있어도 친구로 사귈 생각은 들지 않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그쪽에서도 이쪽을 친구 삼을 용의가 0.1%도 물론 없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정권의 그런 취향 자체가 아니다. 사람은 다 자기 됨됨이대로 사는 것이니까. 문제는 그들이 집권자라는 데 있다. 그들은 그들 됨됨이에 맞는 사람만 골라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가까워도 쓰질 않는다. 바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밤낯 그런 내정자에게 그런 청문회가 열리는 것이다. 지평을 넓게 잡아 천하의 강호제현과 호방하게 교유하며 세상을 함께 고민하는 것-그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사무실 문 꼭 걸어 잠그고 웬만한 사람의 전화는 받지도 않으면서, 자기 혼자서 자기만의 성취를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계속 이러다가는 정말 이명박 정부 뿐 아니라 그들을 뽑아 준 쪽도 함께 봉변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외교 안보 대북에서 딴 점수를 인사 청문회에서 잃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딱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