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 ist das Soldaten?--

  •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각 대학 일부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인 만큼,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시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와는 견해가 다른 지식인들도 있을 터인데 그런 이들의 의사 표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일부 교수들의 선언을 비판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진영(陳營)적 의사 표현은 없다.

    한 마디로, 지금의 우리 사회는 한 쪽 진영만 있고, 다른 진영은 '있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양상이다. 이게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정부 여당도 '있지만 없는 것처럼' 보이고, 집권세력 밖의 다른 목소리도 '있지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한 축만 설쳐대고, 다른 한 축은 말없이 팔짱만 끼고 앉아 있는 상태가 과연 좋은 것인가?

    일부 교수들의 말들을 일일이 대칭적으로 반박하는 것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국에 대한 그들의 비판적 관점 자체를 "왜 비판적으로 보느냐?"고 시비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우리도 여러 가지를 비판적으로 보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당신들의 진단, 처방과 우리의 진단, 처방은 다르다"는 식으로 논리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는 편이 오히려 설득력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논리를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 일부 '선언 교수'들의 견해보다 훨씬 더 월등한 담론으로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 터인데, 왜 그런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지 심히 답답하다. 뭐라고 다른 소리를 냈다가 우박을 맞을까보아 겁나고 귀찮아서 그런 것인가,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NL 세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자유주의 지성들이 반사적으로 많이 생겨났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왜 그 분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감지되지 않는지, 그리고 왜 개별적으로만 하지 말고 집약된 공론의 모습으로, 결집된 힘의 모습으로 표출하지는 않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60년대 말의 反戰가수 조앤 바에즈의 노래말 맞다나, "왕년의 병사들은 다 어디 갔나(Wo ist das Soldaten)?"

    '계몽된 보수' '자유주의 지성'의 '다른 진단과 처방'의 집단적 표출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이다. 이명박 정부 등, 그 무엇을 방어해 주거나 변호해 주려는 입장이 아니라, 일부 '선언 교수'들과는 다른, 보다 정확한 병리 진단과 보다 유효한 치유의 처방을 내겠다는 입장을 취하면 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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