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3일 또다시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힌 데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임 총장은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에도 '인간적 고뇌'를 이유로 법무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11월 임명됐으며 임기가 6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임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적 기류는 자칫 법에 따라 집행해야하는 전체 검찰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야권의 현 정권 책임론 주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간적 고뇌는 이해하지만 공인에게는 사(私)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을 총괄 책임하는 자리기 때문에 (박연차 리스트 관련)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온당하지 않나 해서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정치권 일각의 검찰 수사책임론과 관련, "검찰 수사는 여론이 아니고 법의 잣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해 임 총장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더욱이 공직 부패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척결 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도 법 아래 있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결국은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으로 밝혀졌지만 'BBK 특검'을 수용하고 검찰 수사를 받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본과 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임 총장이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았던 관계이기도 하니 고뇌를 이야기하면서 사의를 구두로 표현했다"며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판단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퇴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참모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는 "도의적 책임을 느낄 수 있겠지만 수사 도중에 재차 사표를 제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전체 검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가장 큰 갈증은 역시 경제이며 최근 한반도 안보상황도 어려워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국민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 노 전 대통령 사망 등으로 인한 민심 혼란을 막고 국정을 이끌어야할 정책 담당자들이 여론이나 외부 영향에 휩쓸리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여권내 인적쇄신 요구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