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나 필요하고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소설가 이문열이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이야기의 힘’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이문열은 “모든 사람에게 자기를 드려내려 하는 의가 있다”며 “자기 현실을 드러내는 보편적 의미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함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 사람이 가지는 본능이라고 했다.

  • ▲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이문열 소설가가 '이야기의 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 2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이문열 소설가가 '이야기의 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전달과 소통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요에 의해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천일야화'의 세라자드 처럼 오늘 저녁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으면 다음날 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 경우다.

    “이야기를 못하면 죽인다는 건 소설적 허구일 수 있지만 비단 소설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비극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야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의 경우 헤밍웨이는 나이 60이 되자 더 이상 이야기가 잘 안 나오는 상황에 이르자 엽총을 입에 물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비단 작가들 뿐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고 했다.

  • ▲ 소설가 이문열. ⓒ 연합뉴스  
    ▲ 소설가 이문열. ⓒ 연합뉴스  

    이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한 분야에서 성취했다고 하는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이야기 만들기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루비니 교수(미국 뉴욕대 교수)도 자기 분야에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우리 삶은 선고 집행이 유예된 사형수들과 같다”고 말하며 “죽기 전까지 주체할 수 없는 여가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채우는 방식 중 하나가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가 가지는 실용성도 있지만 먼저 시간을 쓰고 간 사람들의 유용한 정보가 담겨 전해지기 때문”이라며 “이야기는 현재 내가 살아가는데 좋은 정보가 되기 때문에 듣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소설의 위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야기를 다른 장르에 뺏겼으니 소설은 쇠퇴하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은 제로섬 관계로 보는 건데 그렇지 않다. 여러 장르로 나눌수록 더 풍성해지는 이야기의 위대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나 필요하고 패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