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 한국에서는 5월11일이 입양의 날이었습니다. 또 5월 한 달을 가정의 날로 정해 놓고 한 가정에 한 명씩 입양하자는 캠페인을 펴기도 합니다. 가정의 달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정됐습니다. 미국에는 입양의 달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재미교포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이 곳에서는 입양의 날이면 텔레비전들이 하루 종일 입양 관련 특집프로를 방송합니다. 

    사실 입양의 달을 만든 배경은 대한민국이 최대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외국으로 입양해 가는 것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늘리려는 의도로 외국 입양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새 정책에 의하면 45세 이상 외국인은 입양을 할 수 없고, 6개월 이하 아이들은 외국으로 입양을 보낼 수 없습니다. 가능한 한 국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늘리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효과가 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외 입양이 반으로 줄면서 동시에 국내 입양도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해외 입양 관련 정책을 그냥 놔뒀더라면 한 해 1천 명이 넘는 불쌍한 고아들이 해외로 가 새 부모 밑에서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통계청은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을 앞질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입니다. 국내 입양도 해외 입양도 과거 5년 동안 줄었지만 그 기간 중 해외 입양이 두 배나 더 빠른 속도로 줄었기 때문에 결국 2007년에 국내 입양이 1백 건이 더 많아진 것입니다. 2004년에 해외 입양은 2천2백58건, 국내 입양은 1천6백41건, 2007년에 해외 입양은 1천2백64건, 국내 입양은 1천3백88건, 그러니 고아원에 아동 수만 더 늘었다는 결론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이 입양 수수료가 무척 비싼, 유일하게 거액을 받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2008년 1월 수준으로 입양 수속 수수료로 한국 대행사에 7천 달러, 고아원에 2천5백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사실 고아원이란 말은 잘못일 수 있습니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80% 이상은 부모가 엄연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생활고 때문에 부모들로부터 버림받은 것인데, 이런 아이들의 수가 최근 몇 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여섯 살 난 지훈네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2008년 아빠가 실직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살다가 엄마가 생활고에 못 이겨 지훈이하고 아빠를 집에 놔두고 혼자 가출해 버렸다. 그 뒤 소식이 전혀 없고 아빠 혼자 지훈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지훈이를 할머니한테 맡겼지만 할머니조차 거동이 힘들어, 아빠는 할 수 없이 몸부림치며 우는 지훈이를 고아원에 내려놓고 왔다. 지훈이는 지금도 고아원에서 밖을 내다보며 흰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빠가 왔다” 고 소리를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하지만 이 흰 차는 아빠 차가 아니라 고아원 원장님의 자동차였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흰색 차만 보면 아빠가 왔다고 좋아 날뛰는 모습이 눈에 선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니 어렸을 때 한국 고아원에서 똑 같은 처지에 있다가 미국으로 입양해 가서 비교적 자리를 잡은 뒤 조국인 한국에 들어와 고아원을 찾아간 교포의 얘기가 소개되더군요. 이 교포는 고아 2 명을 데려다가 친자식같이 키우겠다고 간청했지만 나이가 48세인 그는 45세 이하 규정 때문에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내 건강이 허락하니 입양을 하고 싶다” 고 호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숫자상으로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을 능가했다고 크게 보도를 하면 과연 국민들이 좋아할까요?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 같은 전직 대통령들이 나서서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돌봐주는 운동에 앞장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직도 젊고 혈기왕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앞장서서 모금운동을 비롯해 입양 운동에 나선다면 정말 멋질 것입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인권 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등 정치와는 무관한 순전히 인류를 위한 사업에 앞장서건만 왜 우리 전직 대통령들은 뒤에서 정치 훈수나 두지 않으면 검찰에 불려 다니는지 안타깝습니다.  

    누군가 단지 대통령의 부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거금 1백만 달러를 주려 해도 단호히 거절해야 옳았을 것을, 대통령의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닌데 무슨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고 남의 돈을 그냥 꿀꺽했는지 답답합니다. 그 돈으로 차라리 고아원을 도왔더라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말이 경제대국이지 아직 까마득한 것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