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복 전 의원이 뉴데일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합니다.

    40여일 동안 확대일로를 걸어 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중심 주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이한 일은 아무도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이 의문을 제기하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리고 ‘촛불집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있는 또 하나의 쟁점도 문제다. 수입하는 쇠고기의 ‘월령’ 문제다. “30개월 이상 살았던 쇠고기는 수입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선 한 가지 실례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자. 지금 정치권에서는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기 당운을 걸고 ‘광우병’ 소동에 동참하여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필자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민주당 소속 강봉균(전북 군산)ㆍ김진표(경기 수원영통)ㆍ노영민(충북 청주흥덕)ㆍ박병석(대전 서갑)ㆍ정세균(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ㆍ추미애(서울 광진을) 및 민노당 소속 권영길(경남 창원을) 의원의 자녀들이 지금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에 있다.

    그 가운데 김진표ㆍ노영민 의원은 각기 2명의 자녀가, 그리고 추미애 의원은 3명의 자녀가 미국에 살고 있다. 지금 ‘광우병’ 투쟁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손학규 대표는 2명의 딸이 미국에 있는지 아니면 있다가 귀국했다는 이야기이고 정동영 전 대표는 2명의 아들이 미국에서 살았다. 아마도 조사해 보면 자녀가 미국에 유학 중인 의원들은 이보다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의원의 유학 중인 자녀들은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열심히 먹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학교 식당에서 해결하는 유학생들의 점심 식사는 대체로 핫도그 아니면 햄버거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의 18%가 30개월 월령 이상의 쇠고기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머리가 막힌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당연한 질문이 머리에 떠올라야 할 것 같다. 그 유학생들 가운데 과연 ‘광우병’ 환자가 몇 명이나 발생했느냐는 질문이다.

    수입된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것과 같은 쇠고기를 주식으로 먹고 있는 우리 유학생들은 전원이 이미 광우병에 걸렸어야 마땅하다. 전부가 아니라면 일부라도 광우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직 단 한 명의 광우병 감염 유학생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 유학생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무언가 비방(秘方)을 터득하고 있을 법 한 일이다. 어쩌면, 아직 잠복기간 중이기 때문에 아직 발병을 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나, 잠복기간이 10년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 이상 되는 유학생 가운데서는 발병 환자가 나올 법도 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옆 청계광장에서 매일 저녁 쉬지 않고 이어지는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오늘 저녁부터라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학생 자녀를 둔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집회장으로 초청하여 그들로부터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장복(長服)하고 있는데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비방'에 관한 간증(干證)을 듣고 그리고 집회를 계속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그들의 간증 내용이 납득할 만 하다면, 그들의 ‘비방’을 전 국민에게 보급하고 그 연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제한 허용해도 국민건강상 문제는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유학생 자녀들 가운데 아직 광우병 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미국에서 살면서도 결사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도 그들의 하는 것을 모범으로 삼아서 모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생각이 나는 일이 있다. 인간에게 광우병을 가져다주는 소의 광우병은 원래 영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소의 광우병이 최초로 나타난 곳이 1986년 영국이었다. 과학자들의 추적 결과 소의 광우병은 일정 기간의 잠복기간이 있어서 이를 고려한다면 영국에서 최초로 (그러니까 세계에서 최초로) 소 광우병이 생긴 것은 1970년대라고 추정하게 되었다. 그 뒤 전 세계 26개국에서 2007년 현재 모두 18만8353마리의 소가 이 병으로 죽었다. 그 가운데 97% 이상인 18만3823마리가 영국에서 발생했다. 영국에서의 광우병 감염 소 발병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사이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990년 1만4407마리/1991년 2만5359마리/1992년 3만7280마리/1993년 3만5090마리/1994년 2만4438마리/1995년 1만4582마리) 영국에서의 광우병 감염 소는 1996년부터 1만마리 이하로 떨어져서 감소일로에 있으며 2007년 67마리, 2008년 10마리가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국에서 소의 광우병 발병이 피크에 이르렀던 시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의 1년 가까운 기간을 영국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15대 대선에서 김영삼 씨에게 패배 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1993년 케임브리지 대학 객원교수 자격으로 영국으로 가서 거의 1년 가까이 그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고 귀국했다. 이때 영국에서는 광우병 파동이 최절정이었다. 1993년에는 3만5090마리의 광우병 감염 소가 발생했다. 광우병으로 인하여 발병하는 ‘인간 광우병’(vCJD)도 주 무대는 영국이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집계된 인간 광우병 환자의 총수는 193명, 그 가운데 164명이 영국에서 발생했다.

    김대중 씨를 아는 사람들은 (필자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이 분이 육식(肉食)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맹위(猛威)를 떨치고 있는 기간에 그곳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는 동안 김대중 씨가 무엇을 먹었는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추측컨대, 그 분의 식성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곳에서도 육류를 많이 섭취했으리라고 생각해도 망발이 아닐 듯 싶다. 육류에는 쇠고기도 있고, 돼지고기도 있고, 닭고기, 오리고기도 있으니까 이 분이 실제로 무슨 고기를 주로 섭취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모르면 몰라도, 쇠고기를, 그것도 영국산 쇠고기를 섭취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는 데는 적지 않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이 분이 그때 영국에서 쇠고기를 섭취했다면 우리는 당연히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그 동안 통 털어 광우병 감염 소가 모두 3마리, 인간 광우병 발병 환자가 단 3명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라는 주장에 휘말려서 수만명, 때로는 10만이 넘는 국민들이 밤이면 거리를 누비면서 온통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 인간 광우병에 걸려 있을 확률이 높다”고 의심하지 아니 할 도리가 없을 성 싶다. 김대중 씨가 영국에 갔던 것이 지금부터 15년 전이니까 잠복기간은 이미 지나도 많이 지났다고 생각된다.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이 성립되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당연히 이미 광우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게 의심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면서 초등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점심 때 고기가 들어가는 학교 급식을 거부하게 만드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동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부터 청계광장에 모이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필자는 권하고 싶다. 먼저 동교동으로 가서 김대중 씨를 만나는 게 순서일 듯 하다. 김대중 씨를 만나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우선 1993년 영국에 거주하는 동안 영국산 쇠고기를 섭취하지 않았는지 물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분의 대답이 “먹었다”는 것이라면 당연히 병원으로 가서 인간 광우병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검사를 받도록 권해야 마땅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 같은 검사 결과 인간 광우병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이 될 때는 3만5090마리의 영국 소가 광우병으로 죽어나간 1993년 영국에서 영국산 쇠고기를 먹고도 인간 광우병에 걸리지 않은 비방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것이 그 다음 수순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분에게 비방이 있었다면 우리는 모두 그분으로부터 문제의 비방을 전수 받고 그리고는 미국산 쇠고기를 마음 놓고 먹는 것이 옳을 것 같기도 하다. 더구나, 만약 그 같은 비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영국산 쇠고기를 먹고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도무지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 발병이 각기 3건씩에 불과한 미국으로부터 우리는 비방 같은 것 신경을 끄고 마음 놓고 쇠고기를 수입하여 먹어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생각하는 데 논리적으로 어떠한 무리가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토론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어떻겠는가. 앞으로는 촛불집회에서 이 흥미로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