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잘 통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의 첫 만남이자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느낀 소감이다. 이 대통령은 방중 이전 북경대학교 연설 자료 등을 챙기며 지난 3월 17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연설에서 호 주석이 주창한 '창신(創新)형 국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창신형 국가'에 동감을 표하고 "우리와 비슷하다"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고 핵심측근은 전했다.

    후 주석의 '창신형 국가'는 기초첨단과학 기술을 토대로 국가를 흥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며 인재를 양성해야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기초, 첨단기술 연구 투자, 1·2·3차 산업의 조화, 지역간 균형발전, 도농간 소득격차해소, 에너지 절약형 경제, 생태환경 보호,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와 개방형 경제 지향 등 후 주석의 주장은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와 많은 점에서 닮아있다.

    1941년생인 이 대통령이 후 주석(1942년생) 보다 바로 한살 위로 같은 세대를 살아왔다는 점도 양 정상이 상호 이해와 공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자료를 준비하다보니 '실용'이란 면에서 두 정상의 스타일이 비슷했으며, 양국이 처한 상황도 공통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양국 정상간 신뢰증진을 위해 지난달 미국, 일본 방문 때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방미 당시 이 대통령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에 관한 대화 소재까지 미리 준비하는 세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중국 스타일에 맡겨두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한 측근은 "우리와 체제가 다른 중국은 어느 나라 정상이 오든 거의 같은 일정과 의전을 갖춘다"면서 "첫 국빈 방문이므로 이곳 의전에 따르는 것이 더욱 친근감을 표하는 데 도움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타일'을 존중하면서도 '실리'를 추구하기위한 사전 준비도 치밀했다. 집단지도체제인 중국 특성상 양국 정상회담은 후 주석과의 단독회담과 10여명으로 참여폭을 넓힌 확대정상회담 두 형식으로 진행됐다. 측근들은 이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에서는 대외적으로 하기 힘든 현안에 대한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확대회담에서는 경제, 문화, 청소년 협력 분야 등 다양한 협력에 관한 논의를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단독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예상된다. 또 이날 국빈만찬에서는 양국 정상의 만찬사, 건배사 등 공식적 발언 기회는 전혀 없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 스타일'을 오히려 역이용, 그야말로 친밀한 자리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적극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방중 준비에는 쓰촨(四川) 지진 대참사로 국가적 위난 상황을 맞고 있는 중국 상황도 감안됐다. 27일 오후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한 이 대통령 내외가 '환하게 미소에 손을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이같은 배려에 따른 것이다.[=베이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