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8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의 눈'에 이 신문 김기용 교육생활부 기자가 쓴 <광우병 '광풍'에 예의 잃은 아이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는 믿고 싶지 않은 장면이 목격됐다.

    이 행사에는 중고교생과 대학생 등 3000여 명이 참가했고 학생들이 집회에서 사고를 당할 것을 우려한 서울시교육청 소속 장학관과 장학사, 중고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도 현장에 많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교사 출신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간부가 근처에 있던 시교육청 홍모(58·여) 장학관을 알아보고 “야, 이 ×같은 ×아. 아이들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왜 여기 나와 있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다.

    현장에 있던 몇몇 여학생도 덩달아 홍 장학관을 향해 “(촛불문화제에) 왜 왔느냐, 꺼져라”며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말들로 몰아붙였다.

    장학사와 장학관들은 일선 교사 출신이고 홍 장학관 역시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이 행사는 문화제라는 이름을 빌리고 있지만 목격된 모습들은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몇몇 학생은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생활부장교사나 장학사, 장학관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무조건 들이댔다.

    이들은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을 일일이 잡아가나요” “아이들이 대학 못 가게 처벌하려고 왔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난처해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마치 TV 오락프로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발견한 듯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며칠 전 한 신문기사의 제목처럼 광우병도 무섭지만 무차별 선동에 휩쓸리는 아이들이 더 걱정”이라며 “광우병 때문에 아이들과 더 멀어지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라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집회나 시위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이 올바르다는 것을 설득시키려면 구호의 크기만큼이나 그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어쩌면 교사 출신의 간부가 어린 학생들 앞에서 막말을 하는 순간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는 의미의 촛불은 이미 꺼졌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떠도는 ‘광우병 괴담’과 휴대전화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는 선동적 문자메시지가 단지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문제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촛불들이 더욱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