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6일 사설 '인터넷 괴담이 호도하는 여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인터넷에서 확산되는 괴담성 유언비어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광우병 괴담이다. “수돗물이나 신체 접촉을 통해서도 옮는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등이 그렇다. 상식적으로 이치에 닿지않는 내용이지만 상대적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중·고생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 같은 유언비어의 영향이 컸을 터다.

    괴담은 광우병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번지고 있는 소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가 독도 포기 절차를 시작했다” “수돗물 사업이 민영화되면 하루 물값이 14만원”이라는 식이다. 네티즌들은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수 나훈아 괴담은 당사자의 해명 기자회견으로 가라앉았다. 흥미 위주의 자연 발생적인 루머였고, 몇몇 연예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채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에 비해 요즘 퍼지고 있는 괴담은 국가 전체에 폐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감춰진 진실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민생 안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여론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괴담은 그 뚜렷한 방향성으로 볼 때 반정부·반미 투쟁을 의도하는 세력이 계획적으로 유포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근거없는 괴담에 그토록 많은 네티즌이 동조한 것은 인터넷의 여론 공간에 비판적 자정 능력이 없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인터넷의 인프라와 이용률 면에서 세계 1위권이라는 점은 오히려 걱정스럽다.

    인터넷의 여론 공간을 편파적이고 왜곡된 여론이 득세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지식인들은 인터넷의 토론 공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네티즌 또한 스스로의 양식과 건전한 판단력을 더욱 키울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