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비판적이다.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과도 보조를 맞추고 있는데 재협상 목소리는 두 정당 보다 더 크다. 그래서 '원조 보수'임을 자처해 온 이 총재의 이념적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가 늘고 있는데 이 총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정체성 논란'에 종점을 찍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쇠고기인 것처럼 과장하면서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쇠고기 재협상 주장으로 자신의 '보수'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는데 대해 "나는 개방론자다. 개방이 살 길"이라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국민 식생활과 직결된 검역주권 회복 차원에서 제기한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반미, 반보수로 몰지 말라"고도 요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 대목에서 이 총재는 언성을 높였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선 "한·미 협상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나와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l 조치를 취해야만 한국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반면, 일본과 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나라는 우리보다 더 철저한 통제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한 뒤 "식생활과 직결된 적절한 통제 수단을 포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무책임한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대통령 탄핵운동과 반미 시위로 까지 이어지는 데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선진당이 공당이라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무책임한 괴담이 마구 유포되는 데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 그런 말도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잘못된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개방 반대론도 당장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처럼 부풀리고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 탄핵이나 촛불집회에 동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국가의 근본과 관련된 것까지 포기하는 것을 보수주의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10년만에 출범한 보수 정부가 잘못해서 신뢰를 잃으면 국민들은 '보수로 바꿨더니 형편 없구나'라는 말을 할 것이고 '무능한 보수의 실수와 실패'로 불만이 확산된다면 지난 2002년 미국 장갑차 사건으로 인한 촛불 시위로 좌파정권의 출현을 초래한 것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이 총재는 대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여러차례 공개 구애를 한 바 있는데 이날 인터뷰에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나는 선진당이라는 서로 다른 울타리에 있다. 지금 연대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고 2012년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한 뒤 "질문도 적절하지 않고, 대답하기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