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암초에 걸렸다. 최근 회의석상에서는 비서진을 질책하는 횟수가 늘었고 평소 던지던 농담도 줄었다고 한다. 되는 일이 없고 하는 일 마다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파문으로 체면까지 구겼고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경제회생'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경기는 더 악화됐다. 정부가 직접 잡겠다고 나서 '이명박(MB) 물가'라고 불리는 51개 생필품은 6.8%나 급등했고 이 대통령이 약속했던 7% 성장은 뒷걸음질 쳐 6% 성장도 힘든 상황이다.

    상황은 악화일로인데 당면한 현안과제를 두고도 이 대통령은 발목을 잡혀 고민이 크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대통령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다. 이들은 각각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한·미 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갈 길 바쁜 이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고 있다.

    대운하를 두고 오락가락 하던 정부는 사업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자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정작 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고민은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가 대운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대운하는 경선때부터 반대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3월 25일 언론 인터뷰)고 말했다. 여당의 의견 통일도 못한 채 대운하를 추진하기는 무리다. 대운하 추진의 가장 걸림돌이 야당이 아니라 박 전 대표인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 대통령은 '한·미 FTA' 국회 비준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란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도 FTA에 반대하는 미국 내 정치세력에 대한 압박용 성격이 짙다. 축산농가의 반발과 '광우병'이란 국민의 불안 심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 정부가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란 선물 보따리를 푼 것은 그만큼 '한·미 FTA' 타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함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원사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손 대표가 한·미 FTA에 긍정적인 입장이라 이 대통령 측은 내심 기대했는데 최근 손 대표가 입장을 바꿨다. 손 대표는 지난달 30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에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쇠고기 협상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자당내 강경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에 밀려 소신을 뒤집은 것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를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한 상태다.

    최근 이 대통령의 가장 골칫거리인 '광우병' 논란의 경우는 이 총재가 선봉에 선 모양새다. 선진당의 반대가 유독 강경하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18일 이후 2주일 동안 15차례나 반대 성명과 대변인 논평을 냈는데 민주당(14차례)과 민주노동당(7차례) 보다 반대 목소리를 더 많이 낸 것이다. 성명과 대변인 논평에는 "미친 대한민국" "미친 대통령" "미친 사회" 등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했고 이 대통령에게는 TV 토론까지 제안했다. 더욱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이 총재의 선진당은 한 발 더 나가 "쇠고기 재협상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한·미 FTA 비준도 동의할 수 없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