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석수가 절반가량 준 통합민주당은 매 현안마다 갈피를 못 잡는다.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는 현안마다 충돌하고 있다. 의석수가 크게 줄어 교통정리가 쉬울 법 하지만 현안 대응력은 덩치가 커버린 한나라당 보다 못하다는 평이다.

    한미 FTA 처리를 두고는 지도부간 이견차가 커 여전히 뚜렷한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태다. 여기에 정국교 비례대표 당선자 문제를 두고 두 공동대표 간 공개석상에서 설전이 오가는 등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헌저지선을 확보 못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당 내부에선 이런 지도부간 엇박자로 인해 스스로 견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문제는 현 지도부간 불협화음의 후유증이 지속될 것이란 데 있다. 민주당은 7월 새 지도부를 선출할 계획인데 전당대회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전당대회 준비 태스크포스를 띄웠지만 실무조직 구성 단계부터 두 공동대표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옛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이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양측은 이번 전당대회 통한 당권장악을 위해 치열한 샅바싸움을 진행 중이다.

    당 내부에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해도 양측 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우선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 할 일이 태산이다. 백지상태인 당원명부 부터 정리해야 하고 각 지역 위원장을 뽑아야 하며 그 뒤엔 시·도당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이런 과정들이 마무리 돼야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7월에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있다고 하지만 전당대회 결과는 사실상 이전의 조직정비 작업에서 결정될 판이다. 현재 전당대회 출마 희망자 중 뚜렷한 강자가 없고 이들 간 힘의 기울기도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조직정비 작업에서의 '수싸움'이 전당대회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손학규 박상천 두 대표간 신경전이 전대 시작 전부터 뜨겁다. 민주당은 당원명부 정리부터 쉽지 않다고 한다. 대선은 당 조직 보다 정동영 후보의 사조직으로 치러졌고 총선은 구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사실상 조직없이 치렀다는 게 당 관계들의 설명인데 당원명부를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터 양측의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어떤 지역은 지역위원장이 두세명씩 되고 선거를 치른 사람 중에도 누가 당원인지 구별도 힘들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각 지역 시·도당위원장 선출은 양측 충돌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 역시 간단치 않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보다 시.도당위원장 싸움이 더 치열할 것이다. 거기서 전당대회의 결과가 가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도당 위원장 선거의 경우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