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소형차인 클릭과 베르나를 생산하는 노조원들이 3일과 4일 공장 가동을 1시간씩 중단시켰다. 소형차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여 잔업과 휴일 특근이 없어지자 “일감을 더 달라”며 불법 파업을 벌인 것이다. 추가 근무를 하지 않으면 임금이 줄어드니 ‘2시간 잔업과 매달 휴일 특근 2회’를 보장하라는 요구다.

    공장가동률과 근무형태 등에 관한 결정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다. 클릭과 베르나의 누적 재고량은 1만5000대를 넘어섰다. 근로자들의 휴일 특근 수당은 한 차례에 20만 원 정도다. 적자가 날 것이 뻔한데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더 주기 위해 팔리지도 않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현대차 노조는 ‘전환배치 동의권’을 움켜쥐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있다. 회사 측은 충남 아산공장의 쏘나타 물량 일부를 일감이 부족한 울산1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1공장 내에 생산시설까지 설치했지만 아산공장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단체협약에 ‘차종 이관, 인력 전환배치는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고 못 박아 노조의 동의 없이는 생산물량을 한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넘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단체협상 때마다 “노조가 전환배치에 동의하면 연간 1조 원을 아낄 수 있다”며 협약을 고치자고 했지만 노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경영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모자라 노노(勞勞)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 한쪽 공장은 특근을 해도 주문에 못 맞춰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다른 쪽은 일감이 없어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이상한 현상’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지향하는 현대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계 노사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금 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쌍용차도 전환배치로 생산성을 높여 지난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대차의 미래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