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8일 사설 '친이(親李)가 먼저 희생해야 정치보복이란 말 사라진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영남 지역의 총선 공천자 발표가 임박했다. 영남은 한나라당에서 최대 물갈이 대상지역으로 꼽혀온 곳이라 지금 한나라당 분위기는 폭풍전야 같다고 한다.

    국민이 영·호남 지역 공천 물갈이를 바라는 것은 그 지역의 여야 다선 의원들이 '공천=당선'인 한국 정치의 특수성을 이용해 지역민의 대변자이기보다는 공천 주는 중앙 실력자들의 부하 노릇을 해온 데 신물이 난 때문이다. 의정 활동 실적도 보잘것없고 정치적 비전도 없는 사람들이 공천 하나는 척척 따 와서는 유권자들에게 표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것에도 이제는 질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남 지역 현역 다선 의원들 상당수가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란 사실이 물갈이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남 지역 물갈이 폭이 커지면 이들이 탈락할 가능성과 박 전 대표가 반발할 가능성이 함께 높아진다. 이미 박 전 대표는 측근인 경기도 용인 수지의 한선교, 이천·여주의 이규택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반발하면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들의 탈락에 대해 "정치 보복이 시작된 것"이라 보고 있다.

    영남 지역 정치인들의 얼굴은 확 바뀌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친(親) 이명박계가 이 기회를 이용해 친(親) 박근혜계를 치는 것도 옳지 않다. 언뜻 모순된 말처럼 들릴 테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정치다. 두 의원 탈락 이전까지 박 전 대표 측은 별다른 반발을 보이지 않았다. 이쪽이 떨어졌지만 저쪽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이(親李)'계가 얼마큼 먼저 희생하느냐, 그리고 물갈이 기준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냐에 달린 문제다. 지금까지 영남 지역 탈락자 가운데 "그 사람이 떨어지다니…"라고 '친이', '친박(親朴)' 사람 모두가 놀랄 정도의 '친이' 쪽 사람은 들어있지 않다. 그랬더라면 물갈이 율(率)이 아무리 높아도 가볍게 저항하고 나올 엄두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영남 대폭 물갈이 주장은 그만큼 국민적으로 보나 지역적으로 보나 큰 흐름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다선이고 또 고령(高齡)인 '친이' 쪽 인사의 공천이 미리 확정되는 바람에 다른 고령의 다선 의원이 그걸 버팀목 삼아 저항에 나서는 형국이 돼 버렸다.

    이제 곧 영남 지역 공천 명단이 나오면 사람들의 시선은 가장 먼저 '친이'로 분류된 사람들의 거취에 쏠릴 것이다. 그들은 안전한데 '친박' 쪽의 문제 없는 사람들까지 우수수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 한나라당 영남 물갈이는 물갈이가 아니라 '친박' 숙청이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 파장은 영남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결국 총선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