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 사설 '물러나야 할때 물러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권 교체란 사람의 교체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의 핵심들은 물러나고 새 정권의 뜻을 펼 인물들이 그 자리에 들어선다. 그것이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결정한 국민의 뜻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 때의 일부 인사들은 자유민주국가의 이런 당연한 이치를 배우지 않은 모양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마땅히 물러나야 할 이가 버티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관의 성격상 대법원장 자리처럼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임기를 보장해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시켜야 할 자리도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명백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측의 끈을 잡아 자리를 차지한 인사들이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건 볼썽사납다. 더욱이 전임 대통령에게 정치적 하수인으로 기용돼 국민은 쳐다보지도 않고 일편단심 권력자에게만 봉사했던 이들이 새삼스레 기관의 독립성을 들먹이고 임기를 거론하는 일은 참으로 몰염치한 짓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인사권자가 바뀌면 즉각 사표를 내놓고 인사권자가 자신을 계속 쓸지 여부를 기다리는 것이 기본 예의다.

    더구나 이번 정권교체는 대통령만 바뀐 게 아니라 정권의 이념과 정책까지 송두리째 바뀌었다. 전 대통령과 새 대통령의 정책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업정책만 보더라도 새 대통령은 정부 규제를 가능한 한 모두 풀어주라는 쪽이다. 따라서 임기를 1년 남겨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은 자연스러운 처신이다.

    언론정책의 경우 전 대통령은 미운 놈 꿀밤 주고 이쁜 놈 떡 하나 더 주는 작전을 밀고가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국민 세금으로 특정 신문들의 판매까지 도왔다. 새 대통령은 정부의 언론시장 개입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정부 개입을 앞장서 주장했거나 그런 임무를 부여받은 기관들에 임명된 이들은 벌써 그 자리에서 일어났어야 한다. 공중파를 전리품인 양 움켜쥐고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이들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공직의 진퇴(進退)가 불분명한 이들은 재임 중에도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