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직원들의 달력은 '월화수목금금금'.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청와대 직원들의 얼굴에는 벌써 피로가 가득하다. 새벽 출근에 자정 가까운 퇴근이 계속되면서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새벽 다섯시'로 유명한 이 대통령을 서울시장 때부터 모셨거나 퇴임 후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을 함께 치른 실무자들은 더욱 지쳐있다. '노 홀리데이(No Holliday)'를 선언, 쉴틈없이 달려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까지 더한 이들의 체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

    1∼2시간 앞당겨진 각종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은 오전 6시경이면 각자 자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비서동의 한 직원은 "회의를 마치고 나면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른 출근만 문제가 아니다. 휴일도 없다. 한 직원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대통령이 현장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일정이 있다. 또 밀린 과제도 하기 위해 쉬는 날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어느 누구도 휴일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비교적 늦게 '이명박 스타일'에 적응하기 시작한 한 직원은 "처음이라 의욕이 넘쳐 피곤함을 잊고 일하지만 솔직히 강도 높은 업무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단한 애주가로 알려져있는 한 직원은 업무 부담 덕(?)에 인수위 시절부터 술을 끊고 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직원들의 하루가 '빡세게' 돌아가다보니 덩달아 바빠진 곳이 있다. 바로 비서동 구내식당. 과거 아침과 점심 식사만 제공했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저녁 식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회의 시간 때문에 아침 배식시간은 30분 앞당겨진 7시부터, 저녁 배식시간은 거꾸로 30분 더 늘였다. 구내식당 관계자는 첫 직원조회가 열린 4일 점심시간에만 370인분이 나갔다고 전했다.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이용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에도 아침 점심 저녁 구분없이 평균 300명 가량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권 때에 비해 두배는 많은 수"라고 말했다. 한 식당 직원은 "집이 먼 직원은 새벽 5시면 집에서 나서야한다"면서 "하루이틀이지 너무 강행군아니냐"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청와대의 변화는 곧바로 정부 부처로도 이어진다. 각 부처 회의는 이미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시간에 맞춰 앞당겨졌으며,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한 공무원은 "업무 시간을 늘이는 것이 반드시 효율성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면서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 온종일 시달리는 '얼리 버드(Early Bird)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전 정부가 국민들에게 '개혁피로증'을 안겼다면, 새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실제 '신체피로'를 주는 것 같다"며 농담섞인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같은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청와대 직원들의 중론. 이미 서울시장 때부터 '아침형' 업무 효과를 이 대통령이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붙는다. 지난달 29일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대통령께서 하루 4시간밖에 안 주무시니 바로 아래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휴일에는 좀 쉬는 게 좋겠다"고 '직언'했지만 이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웃어 넘겼다고 한다. 이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필한 한 직원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려면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