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 오피니언면 '기자의 눈'에 이 신문 전승훈 문화부 기자가 쓴 '문화연대의 행정도시-대운하침묵과 비난 사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역사 문화를 파괴하는 불도저 운하다.”(문화연대) “(행정도시 때는 아무 말 없던) 문화연대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가.”(문화관광부 공무원)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을 둘러싸고 나오는 말이다. 문화연대는 전날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관광운하’ 계획을 보고한 문화관광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대운하가 문화유적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문화연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추진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불거지던 문화재 파괴 논란 때는 침묵하더니, 이제는 다른 정권의 개발 사업이라고 반대에 나서느냐”며 냉소를 지었다.

    실제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김정헌 씨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 적극 활동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 ‘코드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문화예술위원장에 임명됐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 일대 72.91km²(2205만 평)에는 백제산성 5곳을 비롯한 역사 유적지가 많아 개발과 더불어 2020년까지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연기군 남면 송원리에서 5세기 후반 한성기 백제시대에 조성된 ‘횡혈식석실분’이 발굴돼 개발이냐 현지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때를 포함해 문화연대 등은 “문화재를 파괴하는 국책사업을 중단하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행정도시’나 ‘대운하’ 등 대규모 국책 사업을 할 때 문화재 발굴과 보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법적 의무이다. 인수위도 “관광을 위해서도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인 것이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보는 문화연대의 서로 다른 잣대다. 정치적 코드가 같은 정권 아래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책 사업 때는 문화재 훼손 논란에도 침묵하고 코드가 다른 정권의 개발은 무조건 ‘백지화’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진보 성향의 문화단체들은 ‘문화권력’을 누렸다. 특정 이념을 가진 문화예술단체들은 자금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가치 판단마저 정치와 돈줄에 물들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