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자문역을 맡으며 ‘한반도 대운하’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던 유우익 서울대 교수(세계지리학회 사무총장)는 '한반도 대운하'의 임기내 완공 가능성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유 교수는 9일 미래한국포럼(회장 김상철)이 서울 청담동 프리마 호텔에서 개최한 강연회에 참석,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반도 대운하의 주역으로서 대운하 비전을 설명하는 한편, 운하와 관련된 여러 논란을 해명했다. 

    그는 "(차기정부가) 5년 동안 선진화 비전을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과욕"이라며 "사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정부는 기업과 국민이 일할 여건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 일을 잘하면 5년 뒤 계승할 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환경파괴 논란에는 "정치 싸움에 운하가 이용되는 바람에 본질적인 토론은 못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운하에 독극물이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문제가 나왔는데 이는 정치적 마사토로 이용된 것이다. 지금 법에서도 독극물을 하천에서 배로 운반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540km의 물길 중 40km만 인공수로"라며 "지금의 경제 성장만으로도 10년 후면 물동량이 2배로 늘어난다. 도로 철도 운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는데 어느 것이 더 환경 파괴인지는 명백하다. 운하는 다른 것에 비해 3분의1가량의 기름만 쓴다. 배기가스 문제도 5분의 1수준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선진국에선 내륙 수로를 장려하고 있다. 독일 환경주의 정당 녹색당이 운하장려를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환경문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유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는 선진화로 가는 수단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리학적 측면에서  선진화는 우리 국토를 항구로 만드는 것"이라며 "'세계화'는 거역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 흐름을 잘 타야 우리의 길이 열린다. 한국의 모든 곳에서 세계로 나가야 한다. 운하는 우리 국토가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세계가 들어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되고 4대 강국에 둘러쌓인 지정학적 현실에서 살아날 길을 찾는 건 어렵다"며 "대운하로 한반도 전체에서 세계 문물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문화와 세계 상품을 들여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내보낼 때 부가 창출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화는 세계화란 흐름과 함께 세계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세계를 끌어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