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5일 사설 '정신 못 차린 통합신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선거 참패 이후 보름이 넘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진흙탕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엊그제 쇄신위원회가 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내홍에 기름만 끼얹은 꼴이 됐다. 가라앉는 배 위에서 선장 자리를 두고 싸움박질하는 꼴이 참으로 역겹다. 뇌물 수수 등으로 징역까지 살았던 인물까지 나대고 있으니 기가 찰 뿐이다. 그러는 사이 안영근 의원을 시작으로 구명도생을 꾀하는 이들은 이미 짐을 싸기 시작했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비난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어떻게 인적 쇄신을 단행하건, 어떤 유권자가 관심이나 가질까.

    통합신당의 장래를 걱정할 이유는 없다. 국정이 문제다. 현재 추세라면, 조만간 들어설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야당이 강하지 않고는 여당도 건강할 수 없다. 야당의 건강한 견제는 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정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비록 유권자들이 통합신당에 참담한 패배를 안겨줬지만, 국정 견제자의 필요성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유권자들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선택을 하곤 했다. 두 권력을 한곳에 몰아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문제는 야당의 태도였다. 반성하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심판했다. 17대 총선은 그 좋은 예였다. 그나마 통합신당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신당은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제대로 짚지 못한 듯하다. 진정한 고백성사도 없고, 사죄도 없었고, 책임지는 자도 없었다. 패한 장수는 막후정치를 계속하고 있고, 중진이라는 이들은 당권 다툼에 여념 없으며, 초재선들은 어설픈 정치공학에 의존하려 한다.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민주개혁 세력을 대표한다고 하는 현실이, 착잡할 따름이다.

    통합신당은 민주·평등·평화·연대·복지 등 진보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의 절망적 심정을 살펴야 한다. 전통적 지지자들마저, 이 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서로 등을 떠밀 게 아니라, 모두 총선 불출마를 각오하고, 당을 민주개혁 세력의 구심으로 되살리는 데 헌신해야 한다. 더 민주 개혁의 가치를 더럽힐 것이라면, 차라리 해산하는 게 옳다. 그래야 새로운 구심이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