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3일 오후 기자들에게 4일 일정을 공지하면서 '공식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3일 최고위원-상임고문 회의에서 '당 쇄신안'을 두고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호진 쇄신위원장간 고성이 오가는 등 당내 갈등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폭발됐기 때문이다.

    당 쇄신안을 두고 의원들간 신경이 날카로워진 만큼 이 같은 해프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4일 최고위원회의는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도 3일 해프닝의 여진은 계속됐다. 오충일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일부 취재진에 "오늘은 그런(고성이 오가는) 회의를 하는 게 아니다. 당무 때문에 모인 것"이라고 했지만 당 홍보위원장의 폭탄선언이 터졌다.

    정상모 홍보위원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갑자기 신상발언을 했다. 오 대표를 비롯해 이미경 정균환 김상희 최고위원과 정동채 사무총장, 배기운 사무부총장이 담소를 나누던 상황이었는데 정 위원장의 발언으로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정 위원장은 대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보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순간 주변에서는 "있다가 하시죠"라며 정 위원장의 발언을 만류했으나 정 위원장은 아랑곳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전날 공식회의에서 벌어진 정 고문과 김 위원장간 해프닝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어제 국민과 언론 앞에서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보여 당 이미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홍보위원장직 사의를 재차 표명했다.

    비교적 담담히 정 위원장 발언을 듣던 참석자들은 정 위원장의 다음 발언에 표정이 굳었다. 그가 새 대표 선출에서 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정 고문을 향해 정계은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여기서 책임공방을 하고 싶지 않지만 다 같이 대선패배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정 고문은) 31년간 정치를 해왔다는 분이 심지어 경선을 주장하고… 참 놀랐다"며 "결론적으로 정 고문도 같이 그만두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벌써부터 그만두고 싶었지만 전당대회라는 당 행사를 앞두고 있고 당이 반성하고 다시 국민을 섬기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참아왔다. 그런데 어제 모습을 보고 아픔을 느꼈다"고도 했다. 시민사회세력과 정치세력간 갈등도 표출됐다. 정 위원장은 "자꾸 정 고문이 시민사회를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하는데 정 고문에게 묻고싶다. 어제 보여준 그 모습은 31년간 경륜을 쌓아온 프로의 모습이냐"고 따졌다. 이어 "홍보위원장을 그만두면서 정 고문도 상임고문을 그만두고 정계은퇴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정 위원장 발언으로 회의장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시민사회 출신인 오 대표는 정 위원장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배기운 사무부총장은 정 위원장이 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오 대표에게 "홍보위원장직을 물러나면서 상임고문 진퇴를 같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좀 그런데요"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오 대표는 회의 직전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 쇄신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경선이든 합의추대든) 가능성은 다 같다"면서 "합의추대가 없으면 경선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