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일 대통령직인수위 시무식에서 "21세기에 걸맞은 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대장성 개혁 모델을 언급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당선자는 이날 "일본에 감탄하는 것이 우리로 하면 재무부인 대장성이다. 이게 그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장성을 없애는 조직개편을 했다. 일본 같은 전통적 관료사회에서..."라면서 "그래서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준비를 갖춰서 지금 나타났다"고 말했다. 본 사회에서 한때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던 `관청중의 관청'으로 꼽히던 대장성의 개혁을 언급하면서 본받아야 할 사례로 제시한 셈.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이를 두고 "오늘 발언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새해 첫날 시무식 자리에서 이 당선자가 본 대장성 개혁을 직접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개혁과 민간으로의 권한 이양, 군림의 리더십에서 섬김의 리더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이 당선인의 기본 철학과도 같은 생각이 모두 담긴 모델 중 하나가 일본 대장성 개혁이라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90년대 후반 일본을 대표하는 초엘리트 집단으로 상징되던 대장성이 각종 부패에 휩싸이고, 글로벌 시장에 맞춰 시장중심의 투명한 행정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대두되자 대장성 개혁문제가 큰 화두가 됐고, 오랜 논란 끝에 예산편성 기능 등 실권을 넘겨주고, 대장성의 이름도 재무성으로 바꾸는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 2001년 집행됐다.

    한 핵심 측근은 "과거에는 대장성이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의 사회와 경제권력의 핵심이었다. 지금은 그게 힘이 없어졌다"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는 구체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정부에 집중됐던 걸 민간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는 정부의 힘을 빼고 민간 지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장성 해체의 기본은 시장경제를 중시한다는 것"이라며 "관료주도의 개발 경제에서 시장 경제 중심의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정부의 역할을 바꾼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가 시무식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가져달라", "소아병적, 이기적 사고방식을 버려라"면서 부처 이기주의에 극도의 경계를 표시한 것은 이를 추진해 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이 당선자는 전날 6.3동지회 송년회에 참석, "10년간 흐트러진 모든 것들의 제자리를 잡는 일에 더 큰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본 대장성 개혁모델이 당장 진행중인 정부조직개편 작업에서 구체적인 경제부처 등의 개편 방향과 직결된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당선자가 대장성을 해체한 일본의 놀라운 결단에 대해 신년사에서 말했다"면서 "우리 나라 같은 경우 경제운용은 민간 자율주도로 하되 우리 경제가 나갈 방향은 관이 주도하는 것이 바로 국가리더십의 기본 기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자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정두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졸속으로 하면 안되니까 시간이 걸린다"면서 "아직 공식 논의한 적이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가 목표 시한을 `1월 중순'까지로 밝힌 것과 관련, "(새 정부) 출범 전일지 출범 후일지 모른다"면서 경우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고 "청와대도 정부 조직"이라면서 정부조직 개편시 청와대 개편 방향도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