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 17대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좌파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권력이 교체하는 민심의 폭발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통해 두 번 연속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마침내 10년 야당의 설움과 멍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승리에 도취해선 안 된다. 오히려 큰 승리를 안겨 준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마당이지만 지지자보다는 반대자의 입장에서 선거과정의 반목과 불화를 보듬어 안아야 한다. 국가 사회의 미래를 추동할 국민적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3개월 반 뒤면 총선이 있다. 당선자가 임기 내 국민에게 약속한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총선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면 임기 5년은 그야말로 형극의 길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10년 야당의 인적 정체와 후보 경선 과정의 후유증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대선과정을 거쳤지만 당은 아직도 화학적인 복원이 되지 않았다. 당선자가 화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잘 발휘할 때에만 성공적인 총선을 통한 임기 5년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당선자에게 대선 사상 최대 표차인 530만 표 승리를 안겨준 것은 경제 회생에 대한 갈구 때문이다. 국민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 청년 실업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선진 사회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5년간 10만 명이나 늘어난 공무원, 온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든 억지 균형정책, 징벌적 세금 등 산적한 과제들이 당선자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원칙 아래 정부 및 공공부문 개혁을 선행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 복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 10년간은 오로지 ‘햇볕’ 한 길로만 달려왔지만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고려하면서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5년 내에 해체하게 돼 있는 한미연합사 문제를 포함한 정상 궤도를 일탈한 한미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무기력에 젖어 있던 프랑스를 변화시키듯 우리도 잃었던 활력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사가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유능한 정부를 꾸려 갈 수 있는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야 한다. 국무총리 인선 및 새 정부의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공신들은 이 당선자가 널리 천하의 인재를 구할 수 있도록 ‘자리 나눠먹기’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이 당선자가 얻은 과반에 육박하는 국민 지지는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권교체에 대한 목마름이 당선자의 허물을 덮어 줬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도덕성 문제와 관련된 시비를 선거 압승으로 일단 돌파했지만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국민의 최종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는 일로서 승부하고 평가받는 길 뿐이다.

    내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당선자가 우리나라를 다시 민족 웅비의 시대, 선진화를 열어나갈 원년(元年)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해다. 이 당선자는 “국민이 나를 지켜 주셨다”는 오늘의 初心초심을 잃지 않고, “매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섬김의 리더십을 임기 말까지 지켜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성패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