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게임이론 중의 하나가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이 게임의 구조는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면 두 사람 모두 득을 보지만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면 서로 손해를 보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강한 신뢰,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관련된 두 사람은 서로 의사소통을 할 기회가 없고 오직 수사관과만 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회창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결심함으로써(아마 오늘 후보등록을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수진영은 둘로 갈라졌다. 물론 변명거리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이 보수세력의 희망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회창이 대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명제에 비추어 본다면 참으로 허접한 이유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각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는 간단하다. 서로 믿음을 가지고 묵시적으로 협력하여 서로 득을 보느냐 아니면 나만 득을 보겠다고 상대방을 배신하여 두 사람 모두 실패하느냐의 문제다. 나의 이득만 생각한다면 두 사람 모두 서로 배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서로 모두의 이득을 생각한다면 서로 굳게 믿고 협력하게 되어 있다.

    물론 배신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내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굳지 못하다면 서로 배신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서로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 이회창 진영과 이명박 진영이 이와 같은 죄수의 딜레마 구도에 빠졌다. 각자 내가 더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될 수 있다고 믿으면 두 후보 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후보가 협력하여 통합한다면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누구를 중심으로 협력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다.

    그러나 답은 간단하다. 누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한나라당의 경선을 거쳐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다. 그러나 이회창은 그 경선에 불복하여 당을 탈당하고 독자적으로 출마한 사람이다. 당연히 정당하게 선출된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만약에 이회창이 끝까지 후보사퇴를 하지 않아 정권교체가 실패한다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명박이 아니라 이회창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하여 좌파정권 10년,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된 이회창이 또 다시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회창 때문에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아마 그는 죽어서도 그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

    두 후보의 진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지원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상대방 후보가 승리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자기 후보를 위해 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분열의 원인이다. 분열되면 두 진영 다 득을 볼 수 없다. 두 진영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개인적 이득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동네 연못에 살고 있는 잉어는 먼저 잡아 먹는 사람이 득을 본다. 내년을 위해 그 잉어를 살려두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 그러나 최소한 씨잉어는 살려주지 않으면 지금 그 잉어를 잡아먹는 사람도 그것으로 끝이다. 내년에는 그 사람도 잉어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정권교체가 바로 그 잉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큰 목표는 훼손하지 말자. 좀 손해보는 듯 하더라도 힘을 합하자. 힘을 합하면 적어도 정권교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 않는가. 힘을 합하지 않아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무슨 득을 볼 수 있겠는가? 이 점 특히 이회창 진영의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