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씨의 무소속 출마는 내심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선언을 기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이회창 씨가 받고 있는 20% 내외의 지지율은 상당 부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가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이회창 씨의 지지 기반은 얼마 안 있어 허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의 출마 명분 역시 더욱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회창 씨가 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한나라당으로 복귀하는 것이 순리일진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끝까지 가 보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국가 정체성’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천명한 이상, 아직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회창 씨가 꼭 오른쪽 날개를 이끌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회창 씨가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이후 근 5년 동안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두고 우경화를 지향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주의는 이회창 씨의 브랜드가 아니다. 그 역할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이다.

    이회창 씨가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출마의 명분을 부여하고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보수의 분열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향수를 느끼거나 ‘보수 근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하나의 블록을 형성한다면, 이명박 후보가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두 갈래의 흐름이 ‘선진화 세력’이라는 연대의 틀로 묶이지 못하고 따로 간다면 ‘보수의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설령 운이 좋아 한나라당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분열된 보수’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는가!

    이회창 씨는 ‘보수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한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분열 책동이다. 여권이 의도하는 것이 이회창 씨의 완주이고,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씨의 고른 지지라는 점에서, 지금 이회창 씨는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본인의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보수 진영 모두가 쪽박 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이회창 씨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는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평생을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이회창 씨가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邪道)를 가서야 되겠는가! 이회창 씨는 또 다른 원칙주의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하여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1등 같은 2등’을 한 박근혜 전 대표도 정권 교체를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나가고 있는데,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이회창 씨가 정권 교체에 찬물을 끼얹는 짓을 태연히 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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