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하듯이 이명박 후보는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이런 현상은 현 여권의 국정 실패에 따른 반사 이익의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이명박 후보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즉 대구·경북 출신이면서도 수도권에 기반을 갖고 있고, 우익 지도자보다는 실용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세계 정치도 실용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이념의 퇴조와 세계화, 지식·정보화 등 새로운 시대적 물결이 함께 맞물리면서 정체성의 다원화 시대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은 분단 상황 때문에 민족주의의 기승 등 이념 지향성이 여전한 편이다. 그러나 세계적 물결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관념적 성향이 강했던 현 여권의 실패 때문에 국민 다수가 보다 실사구시적인 노선과 리더십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를 선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명박 후보가 문제 해결과 비전 창출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려운 민생 경제를 살릴 대안으로 꼽고 있다. 다만, 경선 과정 이후에 불거진 도덕성 논란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의 어려움 때문에 다소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강한 우파 이념 성향의 일부 유권자들 가운데는 이명박 후보의 이념적 지향을 오해하고 있다.

    이 틈새를 이회창 씨가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이회창 씨는 출마의 명분으로 ‘국가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출마가 결과적으로 보수의 표를 분산시켜 오히려 국가 정체성 수호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씨 사이에는 노선 차이가 없다. 더욱이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자유당 시대와 같은 선전·선동을 일삼는가!

    이회창 씨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보수 진영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이회창 씨가 받고 있는 지지의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의 것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간의 화합에 보수 진영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히 지적해 두지만, 보수의 분열로 만에 하나 이번에도 정권 창출에 실패한다면 보수 세력은 궤멸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는 손을 잡아야 한다. 한 전직 대통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같은 지붕 아래 있는 두 지도자가 손을 잡지 못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사사로운 감정과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국가의 백년대계와 대의(大義)를 위하여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라고 자부해 왔다. 이회창 씨의 이번 행위는 분명히 반칙이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 때마침 이재오 최고위원이 스스로 사퇴한 만큼,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일부 참모는 이명박 후보와 박 전 대표 사이를 이간질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5년 전에도 이회창 당시 총재가 박근혜 당시 부총재를 사실상 밀어내는 데도 앞장섰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번 연속 분열로 정권 창출에 실패한 보수 진영이 2007년에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따라서 단순히 금년 대선의 승리라는 차원을 떠나 보수 진영의 생존을 위하여 보수 진영 사람들이 먼저 이회창 씨에 대한 심판을 확실히 내려야 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