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 一個夢想)"을 슬로건으로 하는 베이징 올림픽의 개최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베이징 올림픽은 1964년 동경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치러지는 올림픽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올림픽이 서구 국가에서 개최된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의 올림픽 개최는 향후 세계질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를 아시아 국가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기록달성에 환호하며 선수들의 도전의식에 도취되는 축제의 장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베이징 올림픽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기존에 개최된 많은 올림픽이 강대국간의 치열한 세력각축장으로 변모되어 왔듯이 베이징 올림픽 또한 미국과 중국간의 첨예한 세력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욱 농후해지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아시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 중심 국가로서의 중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확실한 의도를 보이고 있다. 즉, 정치, 군사, 인구대국으로서의 중국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이룩한 경제성장 업적과 이후의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권위적인 공산당 정치체제와 인권탄압 국가라는 불명예로부터 파생되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유구한 역사와 발달된 고대문명을 지닌 문명국가로서의 온상을 제고하기 위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화려하고 창의적인 개막식과 폐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선진화된 문명국의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중국인의 생활습관을 개조하고 정신운동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도시미관을 정비하기 위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맞이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을 보면 권위주의 정권 시절 한국의 올림픽 준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20년 전 성대하게 치러진 서울 올림픽과 달리 베이징 올림픽은 개최국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거대한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바로 중국과 국제정치무대에서 치열한 맞대결을 피할 수 없는 미국이라는 현상 유지국가의 존재이다.

    이전에 아시아에서 개최된 동경 올림픽과 서울 올림픽은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미국의 지원하에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과 한국은 당시 구소련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던 미국 세계전략의 우월성을 홍보하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 일본, 한국과 달리 오늘 날 중국은 미국과 미래의 패권을 다투는 잠재적인 경쟁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한편 중국과의 대결을 상정하는 이중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따라서 미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장으로 적극 이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이와 같은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기내적인 것과 관련해 미국은 베이징의 공해를 핑계로 미국 선수단이 올림픽 기간 중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체류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을 대상지역으로 거론하며 베이징 올림픽 성사에 전력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힘을 빼고 있다.

    경기외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은 국제사회의 오래된 주제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중국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티벳 독립과 파룬공 및 반체제 인사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를 올림픽을 전후해 쟁점화시킬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를 더욱 당혹하게 만드는 사안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만 정부의 총통선거이다. 현 집권당인 민진당은 대만독립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는데 성공해왔다. 작년까지 대만 독립헌법 제정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여부로 중국 정부와 대립해왔던 천수이볜 총통은 최근 대만의 UN가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또 다시 대만해협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한 맞불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노선에서 대만을 제외시키는 결론을 내렸고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외교원칙에 타격을 입는다 할지라도 성화봉송 과정을 대만독립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민진당의 의지에 쐐기를 박고 대만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외세의 침략으로 상실된 국권을 회복하고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까지 중국 정부는 공산혁명이라는 대장정을 걸어왔다. 이제 시장경제로 탈바꿈해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야망과 리더십의 절충여부를 실험하는 리트머스 용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가 중국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주변국의 대중국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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