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자존심이 대단히 강한 사람이다. 상고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 어려운 사법시험에 합격하였으며, 여러 차례의 정치적 실패를 맛보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노 대통령이기에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이 걸어온 길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었기에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서도 지나칠 정도로 신뢰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이런 성향은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다수는 노무현 정권이 실패했다고 결정을 내린 지 오래되었건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은 이에 대하여 수긍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 의하여 여론이 조작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확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는 지금은 비록 낮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는 자신의 치적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할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언론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처음에는 일부 주류 신문에 국한되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언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쩌면 때로 언론의 과잉 비판 때문에 속이 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말대로 일부 언론 가운데는 왜곡 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언론과 전 방위적인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취할 바가 못 된다. 언론의 개혁이 대단히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사적인 동기가 작용해서는 그 기본적인 진의마저도 무시될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정책상의 오류도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정도(正道)를 일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강자이다. 자신의 수족이 되고 있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있고, 정부 기관이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매체와 기회들이 있다. 또 방송과 인터넷 등 우군이 될 수 있는 매체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언론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하여 등을 돌리고 있는 오늘의 사태는, 최근의 언론 개혁 조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정 운영 방식과 품격에 있어 문제점을 노출한 결과이다.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고르지 못한 부분을 평평하게 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수많은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데 기본 책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스스로 갈등을 양산하고, 싸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망각하는 처사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야 싸우는 일에 익숙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자세가 달라져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프랑스 철학자인 가타리의 “집권하면 그 자체가 우파이며, 이 세상에 좌파 정부란 없다”는 말은 제도권의 최고 책임자가 집권하는 순간 마음가짐을 얼마나 크게 바꾸어야 함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은 야당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반대당(Opposition Party)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에 대하여 좋은 얘기보다 쓴 소리를 하기 십상이다. 이것이 때로 과도하더라도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 자신의 무치(無恥)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친 나머지 야당의 과거를 들추면서까지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탄핵 사태가 노 대통령의 심기를 당연히 건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과잉 대응도 문제였지만,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노 대통령이었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정치적 공방 수준이 아니라 송사(訟事)까지 벌인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금도(襟度)를 넘어선 것이다. 야당 대통령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쟁할 상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음해 공작이 이 정부 사람들에 의하여 저질러진 것이 분명한 이상,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든 하지 아니했든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큰 소리를 칠 처지가 아니다. 더욱이 송사라니,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아닐 수 없다.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할망정,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까지 싸움질을 해대서야 쓰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눈에 언론과 야당 대통령 후보, 그리고 일부 여당 예비 대통령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일에 힘을 쓰기에는 대통령에게 6개월은 긴 시간이다. 국정을 잘 마무리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