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안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정서가 있다. 우선은 당 지지도와 후보 지지도가 꽤 높은 데도 이번 대선 승리에 대하여 확신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다른 하나는 5년 전과 지금의 선거 환경이 많이 다르며, ‘학습 효과’ - 네거티브 캠페인, 관념적이고 선동적인 리더십에 대한 거부감 - 때문에 여권에서 어떤 일을 도모하더라도 지금의 판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대선이 상대 진영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저절로 이길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염원에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얼마나 잘 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의 승리 조건과 관련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하여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대동단결이다. 싸움이 치열했던 탓인지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하여 성심을 다해야 한다. 반면에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기간 내내 주장한 것이 있다. ‘이 시점에서의 최고의 가치는 정권 교체’라고. 바로 이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이명박 후보에게 섭섭한 것이 있더라도 그런 것은 정권 교체라는 대의에서 보면 지엽적인 일이다.

    둘째, 외연 확대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지 기반이 좁기 때문에 외연 확대가 절실하다. 그런데 일부 뉴라이트를 포함하여 강한 보수 우익의 냄새가 나는 사람들과의 연대에 매몰되고 있다. 후보도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했다. 이것은 외연 확대와 배치되는 언행이다. 한나라당과 여권 중간에 있는 정치 세력, 시민사회와 지식인 그룹을 한나라당 지지로 이끌어오는 것이 외연 확대이다. 보수 우익 진영의 흡수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정치 세력과의 연대에 있어서는 천기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

    셋째, 이명박 후보의 지지 기반은 폭넓다. 반면에 안정적이지 못하다. 과연 호남과 20~30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서도 지금처럼 지지할지는 속단할 수가 없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많은 과제가 있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이른바 ‘귀족 정당’과 ‘웰빙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일이다.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한나라당으로, 국가와 국민적인 대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한나라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연 확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넷째, 국민들이 절실히 바라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비전과 정책이어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내놓은 비전과 정책은 이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이제 본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연히 원점에서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구상이 있더라도 국민들에게 전달이 잘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에 있어서도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많이 생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과민 반응은 옳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는 가끔 자살골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 만에 하나 한나라당이 진다면 자살골로 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상대는 자력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팀워크도 문제가 있고, 골을 넣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 9단에 육박하는 감독들이 배후에 있는데, 두 사람의 뜻이 맞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한나라당의 자살골이 무엇인가? 앞에서 주문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우이다. 두 사람의 지도자가 불화하거나 협력하지 않고, 스스로 지지 기반을 협소화하며, 한나라당이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을 개선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와는 다른 비전과 정책을 고수하는 길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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